![[논설실의 서가] 극한 환경에서 발견한 인간의 위대한 본성](http://contents.dt.co.kr/images/202211/2022111602102369660002[1].jpg "[논설실의 서가] 극한 환경에서 발견한 인간의 위대한 본성")
딥타임
크리스티앙 클로 지음 / 이주영 옮김 / 웨일북 펴냄
2021년 3월 14일부터 4월 24일까지 프랑스 남서부의 거대한 자연 동굴인 롱브리브에서 15명이 40일간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채 살아남는 실험을 했다. 습도 100%, 평균 온도 10도에 빛이 들어오지 않으며 전자기기는 물론이고 시계도 지참할 수 없다. 빛도 시간도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15명은 무사히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을 것인가?
지금까지 빛이 전혀 없는 동굴에서 인간의 적응력은 얼마나 발휘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은 없었다. 뇌 과학, 심리학, 생리학 등 인간의 능력에 관한 연구는 많이 축적됐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한가운데서 인간의 적응력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다. 이에 TED에 수차례 출연해 주목을 받은 '인간 적응 전문가'이자 저명한 과학 탐험가인 크리스티앙 클로는 모든 질서와 생활 조건이 붕괴된 상황에서 인간의 적응 가능성을 밝혀내고자 이 '딥 타임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사상 최초의 시도이자 최대 규모로 시도되는 이 실험은 BBC, 가디언, ABC 등 세계 주요 언론이 주목하고 그 결과를 주시했다.
태양 빛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실험 참가자들이 시간을 알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견디어낼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딥 타임 실험의 제1규칙은 참가자 모두가 오로지 자신의 생체 리듬에 따라 자유롭게 하루를 생활하는 것이었다. 누군가 아침을 먹을 때 누군가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두가 같은 사이클을 공유하게 되었다. 놀라운 결과였다. 공동의 목표인 생존과 적응을 위한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결국 40일 만에 인간은 시간을 만들어냈다.
15명의 생체주기가 점차 비슷해지더니 서로 조율됐다. 과학자들은 그 원인을 파고들었다. 생체주기가 조율되고 시간의 흐름을 탈 수 있었던 능력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왔다. 곧 컴컴한 동굴 안에서 각 개인들은 타인을 위한 태양이 되었던 셈이다. 실험은 단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햇빛은 바로 '사람'이라는 점이고 사람과의 관계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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