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금융상품인 기업어음(CP) 금리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은행권이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고 각종 채권을 매입하는 등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시장 안정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5일 91일물 CP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포인트 상승한 연 5.22%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올초까지만 해도 1.55%에 머무르던 CP 금리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9월21일 3.13%을 기록한 이후 38일 연속 오름세다.
CP 금리 상승은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허덕이고 있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장기 자금 조달 길이 막힌 기업들이 단기로 돈을 빌려 자금수요를 충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국고채 등은 안정세를 찾고 있다. 전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753%로 전 거래일보다 0.097%포인트 떨어졌다. AA- 등급의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0.074%포인트 내린 연 5.346%로 마쳤다. CP 금리를 제외하고는 오름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금융권은 신용경색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김명실 연구원은 "정부가 지난달 23일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방안을 내놓은 지 3주가 지났지만 단기시장 반응은 미온적"이라며 "기업들의 신용도를 반영하는 CP 금리 상승은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여전히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전이 채권 발행을 자체하면서 2조∼3조원의 은행 대출만으로 구조적인 자금난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며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한전채 발행이 계속돼 수요가 정체된 회사채 시장에 공급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문혜현기자 moone@dt.co.kr
채권시장 한파로 기업어음 시장 금리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