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본격화된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다운 턴'이 길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의 지배력 확대를 목표로 지난해 인텔로부터 사업을 인수했던 SK하이닉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16일 SK하이닉스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 자회사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스의 3분기 순손실은 6133억원을 기록했다.
이곳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말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브랜드 솔리다임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를 합친 손실 규모가 약 2583억원 규모였는데 3분기에 두 배를 넘는 손실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인텔 낸드사업 부문이 SK하이닉스에 인수되며 새롭게 설립된 법인들의 오피스 신축 및 이전, 각종 행정비용 등이 증가하며 손실규모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최근 낸드 시장의 부진으로 관련 업계의 부담이 늘어나는 점도 이유로 지목된다.
지난해 말부터 가격 하락이 시작된 D램과 달리 낸드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다운턴에 돌입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카드·USB향 낸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쭉 안정된 가격을 유지하다가 6월부터 5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3개 회사가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D램과 달리 낸드는 약 6~7개 회사가 시장을 나누고 있어 경쟁도 더 치열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D램이 내년 하반기부터는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반면, 낸드에 대해서는 시황 반전 시기가 이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0년 D램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낮은 낸드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강자인 인텔의 낸드 사업을 인수할 계획을 발표하고 1년에 걸친 작업 끝에 지난해 말 1차 인수 작업을 실행에 옮겼다.
낸드 사업이 외형적으로 크게 확대되며 SK하이닉스의 낸드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약 20% 수준으로 뛰어올라 삼성전자 다음 자리까지 올라왔으나, 하필 이 시기에 낸드 시황이 얼어붙으면서 수익성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말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솔리다임이 인텔의 사업부서로 있다가 독립기업으로 자립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시장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외적인 상황도 좋지 않다. 미국의 장비 수출 금지 조치 등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견제 수위를 날로 높여가고 있어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는 결국 모든 반도체 제조사의 생산, 영업활동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전혜인기자 hy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