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없는 세입자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전세 사기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정치권은 물론 정부도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계약 전 체납세금과 선순위 보증금 현황 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며, 국회에서는 얼마 전 전세사기범의 형사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법안 발의를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운영하는 전세피해지원센터에는 하루 평균 30건 이상의 사례가 접수되고 있어 관련 제도 시행과 법안 발의 및 통과가 시급한 실정이다. 임대차 계약시 임차인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공인중개사의 역할이 먼저 정립돼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1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사고 건수와 금액은 계속 증가 추세다. 올들어 9월까지 누적된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사고 금액은 6466억원(3050건)으로, 작년 전체 5790억원(2799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보증사고로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갚아주는 금액 역시 마찬가지다.
이 대위변제액은 올해 9월까지 이미 5292억원(2466건)으로 작년 전체 5040억원(2475건)을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전세사기 피해 방지 방안'을 내놨고, 지난 11일에는 여당과 정부가 협의회를 열어 정부가 9월에 내놓았던 방안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임대차 계약 체결 전 임대인의 납세증명서 요구권 신설 △소액임차인의 우선변제금액 1억 6500만원으로 상향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에 관리비 항목 신설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정부는 이날 협의된 내용으로 정부안을 만들어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도 전세사기 발생은 여전하다. 지난 9월 말에 문을 연 HUG의 '전세피해지원센터'에는 두달 도 채 안됐는데 벌써 1548건의 사례가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매일 30건 이상의 피해가 접수되는 셈이다.
전세사기 처벌이 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국회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사람을 기망해 임대보증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임대보증금을 취득하게 한 범죄자에 대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형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는 내년 1월까지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이미 1만 4000여건의 전세사기 의심자료를 경찰청에 넘겼지만,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아 자신이 전세사기를 당했는지 여부를 모르고 있을 세입자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세사기 문제의 근본적인 부분부터 고쳐야 한다는 진단도 있다.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인 이강훈 변호사는 "(전세사기 문제에 접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임차인들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계약시 도움을 거의 못받고 있다는 점"이라며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 공인중개인들이 계약자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제공해 제 역할을 하도록 시장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