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걸 한국교원대 교수
![[포럼] `디지털 트윈국토`, 표준확보에 달렸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11/2022111702102369036001[1].jpg "[포럼] `디지털 트윈국토`, 표준확보에 달렸다")
19세기 영국에서 처음 탄생된 철도는 말이 끄는 광산용 수레 폭을 기준으로 했다. 영국 마차의 선로 폭은 2000년 전 로마 도로에서 마차를 끌던 말 두 마리의 엉덩이 폭이 기준이 됐다. 결과적으로 2000년 전 로마의 마차가 2000년 후 우주선의 추진 로켓 폭의 길이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 번 세운 기준과 규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기준과 표준이 없었다면 오늘날 기술의 발전은 감히 상상해볼 수 없었을지 모른다.
표준은 산업 경제와 기업 성장을 견인하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됐다. 세계 주요국은 신산업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총성 없는 '표준 전쟁'이 진행 중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부각되는 공간정보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혁신에 꼭 필요한 데이터가 공간정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 관한 정보로서, 정확한 위치정보를 토대로 한다. 예를 들어 창업을 고민 중이라면 공간정보를 활용한 3D 지도로 상권 분석이 가능하다. 이렇듯 공간정보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다양한 데이터와 융·복합함으로써 미래 신산업과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가동되고 데이터 기반 행정이 부각될수록 공간정보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디지털 트윈국토' 실현을 위한 기반 데이터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국토'는 전 국토를 3D 공간정보로 구축하고 시각화·모의실험·분석을 거쳐 국토·도시문제의 효율적 해결을 지원하는 국가 기반 플랫폼이다.
하지만 구축 과정에서 확인되었듯 데이터의 제공·개방에 대한 저항의 벽이 만만치 않다. 지자체별로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를 때가 많고 그마저도 개인정보로 제공할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반면 공간정보 표준화·품질 관리에 대한 민간의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딜레마에 빠진 공간정보산업계의 현주소다.
국토교통부와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디지털트윈의 발전과 데이터 거버넌스 확산을 위해 '디지털트윈 소사이어티'를 발족했다. 산·학·연·관 전문가들은 공간정보 데이터의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정확도와 신뢰도는 여전히 극복되어야 할 과제임을 역설했다. 더 나아가 급증하는 재난재해에 신속한 대응을 위한 디지털트윈 대표 모델의 필요성도 부각됐다.
지자체의 다양한 현안 해결을 지원 중인 '디지털 트윈국토'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대표 서비스를 발굴해 확산시켜야 한다는 진단이다. 더욱이 중대형 사회간접자본(SOC)의 노후화, 이상기후로 재난 안전 시스템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재난재해 서비스 모델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LX공사는 시범사업을 통해 화재 진압과 환자 이송, 하천 관리 모니터링, 해안도로 침하 예측 서비스 등을 구축한 바 있다.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에 위기에 빠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회복 탄력성'(Resillience)이다. '회복 탄력성'은 개인에게는 위기를 굴하지 않는 맷집과 마음의 근력이지만, 국가나 조직에 적용시킬 때는 위기 속 예측과 대응, 적응하기 위한 시스템을 뜻한다. 과거 우리나라도 일제 식민지와 6·25 전쟁을 겪으며 수많은 위기를 기회와 재탄생의 기회로 역전시켰다. 따라서 언제 어떻게 불어 닥칠지 모르는 재난 앞에서 정부가 회복탄력성을 갖는 사회안전망을 갖추려면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의사결정이 뒷받침되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트윈 국토'는 정부의 회복 탄력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디지털 혁신 플랫폼이다. 이에 '디지털 트윈 국토' 확산을 위한 공간정보 데이터 구축과 표준화·품질 관리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완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미래 전략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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