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마음 속 시 하나가 지구 한 모퉁이를 밝힌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11/2022111702102369061002[1].jpg "[논설실의 서가] 마음 속 시 하나가 지구 한 모퉁이를 밝힌다")
시와 함께 걷는 기쁨
이방주 지음 / 북레시피 펴냄
시와 함께 걸으며 떠오르는 단상(斷想)들을 자유롭게 쓴 책이다. 저자는 대자연과 더불어 시를 가까이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힐링이라 여기며, 한결같이 매일 시와 함께 걷는 기쁨을 즐기고 있다. 이런 기쁨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책을 펴냈다. 동시에 80년 삶을 시를 통해 돌아본다.
책에는 총 71수 시들의 원문과 각 시에 대한 느낌이 담겨있다. 정철의 '장진주사'에서부터 유치환의 '바위', 정호승의 '햇살에게', 함민복의 '암자에서 종이 운다'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즐겨 암송하는 시들은 범주가 넓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삶의 지혜와 노하우가 있다. 시들은 모두 저자가 공원이나 산책길을 따라 거닐며 읊조리는 것이라 더욱 정겹고 진정한 마음이 느껴진다. 시를 사랑하고 즐겨 암송하는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써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이생진의 '너무나 많은 행복'에 대해선 "상상도 하고 꿈도 꾸고 어리석게 착각도 하면서 살아야 행복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허형만의 '석양'을 읊은 뒤엔 "아름다운 순간이나 장면을 많이 경험한 사람이야말로 부자"라고 했다. 채호기의 '바다 2'를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평소에 너무나 많은 것을 무심히 지나친다"고 지적한다.
항상 치열하게 살던 저자가 시의 세계에 빠진 것은 2010년 어느 늦가을 우연히 서울 종로구 혜화초등학교 담장 옆 꽃길을 걸을 때였다. 시가 씌어 있는 패널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이제는 황홀한 시의 세계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시와 함께 걷는 세상', '시와 함께 걷는 마음'을 내놓았고 이번에 이 책을 펴냄으로써 시리즈 3편을 완성했다.
저자는 중고등학교 때 문학 청소년이었지만 "잘 살고 싶어서" 경제학과에 입학했다고 한다. ROTC 포병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후 26살 때인 1969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비즈니스 현장에서 세상사와 씨름했다. 현대차 사장, 현대산업개발 부회장을 거친 후 제이알투자운용을 공동 창업해 부동산 관련 자산운용 사업을 하고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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