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17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나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의 신속한 추진을 거듭 촉구했다.
국민의힘이 계속 국정조사 참여를 거부하면 야3당 단독으로라도 국정조사 실시 계획서 처리를 하자는 것이다.
사실상 직권상정 요청이다. 김 의장은 국정조사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여야 합의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회 부의장을 지낸 김상희 의원과 이인영·우상호·윤호중·안민석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김 의장을 만나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의원들을 향해 "저도 여러분과 마음이 같다"며 국정조사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국민들이 분명하게 진상을 알고 싶어하시는 상황에서 여야가 함께 참여하지 않으면 별 성과 없이 정쟁으로 끝날 수 있다"며 야3당 단독처리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상희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국정조사를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 역할을 하나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의장께서 국회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결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24일까지 계획서를 채택하려면 이번 주 중까지 결단을 해주셔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다.
이들은 김 의장과 30여 분간 회동을 가졌다. 안 의원은 "여기 모인 의원들은 이태원 참사의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국정조사 말고 달리 방법이 없다"며 "현재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방식으로는 그 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의장께서도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공감하시면서 여야 합의가 중요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셨다"며 "저희 중진들에게 여당의 중진들을 잘 설득해주기를 당부하셨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 14일 국민의힘 3선 이상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국정조사 반대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국민의힘의 단호한 입장이 혹시라도 대통령실 발(發)이라면 그것은 국회의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처사다.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부터 우리 중진들이 여당 의원들을 만나서 열심히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또 "분명한 말씀은 안 하셨지만 저희들이 볼 때는 24일날 의장님의 (국정조사 계획서) 통과 의지가 엿보였다"며 "그런 희망을 가지고 나왔다"고 강조했다.
김상희 의원도 "12월 1일까지 예산도 통과시켜야 하고 여러 가지로 굉장히 복잡한 상황이기 때문에 의장께서도 24일까지 국정조사 계획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에 많이 공감하셨다"고 부연했다.
윤호중 의원은 "의장께서 가진 부담은 두 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는 국정조사와 예산안이 얽혀있는 것에 대한 부담"이라며 "(국정조사와 예산안 심사를 병행할 경우) 국회가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하나는 10월 29일 사고가 났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국회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사고 이후 국회는 무엇을 했는가'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 "의장이 국정조사를 여야 간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계셔야 여야 합의도 되지 않겠느냐고 건의했다"고 밝혔다.김세희기자 saehee0127@
김진표 국회의장이 17일 오전 이태원 참사 국조 촉구를 위해 국회 의장실을 예방한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들을 면담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