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과정에서 불거진 '빈곤 포르노'가 정치권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야 공방 속에 내부에서 적절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與 공세 속 이준석 '돌출'= 여야는 17일 김건희 여사가 영부인 간 외교일정 대신 캄보디아의 심장병 어린이들을 만난 것을 두고 '빈곤 포르노' 공방을 벌였다. 김종혁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김 여사가 심장병 어린이를 찾아간 게 '빈곤 포르노'라면 국회의원이 참사 현장을 방문해 피해자를 위로하는 건 '재난 포르노'고, 여려운 분들을 위해 김장해주고 연탄 나르는 것은 '김장포르노', '연탄 포르노'인가"라면서 "민주당은 캄보디아 정부가 제공한 앙코르와트 유적지 방문 배우자 프로그램에 가지 않아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고 주장하지만, 앙코르와트 관광이 무슨 강제조항도 아니고 회담에 참석한 정상 배우자들 중 상당수가 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같은당 조은희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처음 '빈곤 포르노' 발언을 꺼낸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을 겨냥해 "김정숙 여사가 전용기 타고 타지마할에 간 것을 '관광 포르노'라고 하면 국민들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받아쳤다. 국민의힘 여성의원들은 이미 전날 성명을 내고 장경태 최고위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하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한국식 먹방은 외국에서 'Korean Food Porn'이라고 하는데, 먹방 유튜버들은 포르노 배우라는 것이냐"며 다른 시각을 제시한 상태다. '포르노'라는 단어에 꽂혀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반박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버티는 장경태, 박지원 일갈= 장 최고위원도 이 대표와 비슷한 취지로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빈곤 포르노는 거창하게 학술용어라거나, 논문까지 찾아보지 않더라도 인터넷 검색 한 번이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며 "정상회담이 아닌 봉사활동이라면, 비공개 활동이 아닌 공개된 활동이었다면, 구도와 시선 처리 없는 자연스러운 사진이라면, 셀프 미담이 아닌 타인에 의한 미담이었다면, 미디어 가이드 라인만 지켰더라면, 과연 이 정도 반응이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민주당 입당을 앞두고 있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정치는 내 생각이 아닌 국민 생각"이라며 장 의원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장 최고위원이 용어혼동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주장하려면 학자나, 사상가, 종교인이 돼야 한다"고 일갈했다. 양 진영 모두 사과 촉구와 이견이 동시에 나온 셈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부른 무리수= 이같이 양 진영의 주장이 혼재된 것은 일단 정치권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 골몰하는 현 세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여사가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선의에서 출발한 행보를 비판하다 보니,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혼재하는 양상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포르노라는 표현 자체가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 그런데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았다"면서 "어떻게든 문제를 만들고 싶다는 '집단사고'에 빠져있다보니 정당에서 그런 경향이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다.임재섭기자 yjs@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