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올라 주택연금 깨고 집 팔았더니 매각차익이…
해지 후 70%이상 차익 올린 10명 중 7명은 2020∼2021년 해지
주택가격이 급등했던 시기에 주택연금을 해지한 중도 해지율이 크게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의 고령층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일정 기간 매달 안정적으로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역모기지 상품'인데, 애초 가입했을 당시보다 집값이 크게 오르자 연금을 아예 해지한 것이다. 이들이 지난 2020∼2021년 집을 팔아 올린 매각 차익은 7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은 17일 '주택연금 중도해지 요인 분석-주택가격 변동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2021년 말까지 주택연금을 중도해지한 1만4887건 중 등기부상 정보 매칭이 가능한 1만3924건(93.5%)을 주택유지, 주택매각, 기타 그룹으로 구분해 조사했다. 이 중 중도해지 후 2년 이상 주택을 유지한 가구는 48%(6637건), 주택을 매각한 이들은 46%(6418건)였다. 상속과 유증 등은 '사실상 사망해지'로 분류했다.
2020년과 2021년은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준으로 전국의 아파트값이 전년 대비 각각 7.57%, 14.10% 뛰었다. 2021년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부동산원이 주택가격동향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최고 상승률이며, 2020년 상승률도 2006년(13.92%)과 2011년(8.19%)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높은 것이다.
중도해지율은 집값이 폭등했던 2020년과 2021년에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중도해지율은 보통 3% 정도인데 2020년 중도해지율은 4%, 2021년은 6%로 높게 나타난 것. 실제 주택연금 연도별 해지건수를 보면 2018년 1662건, 2019년 1527건에 불과하다가 2020년 2931건, 2021년 4121건으로 급증했다.
반면 올해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해지건수가 9월까지 1784건으로 줄었다. 그동안 받아온 연금은 물론 이자와 집값의 1.5% 수준인 초기 보증료까지 한꺼번에 돌려줘야 해지할 수 있음에도 해지를 선택한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중도해지율이 평년보다 낮은 시기의 주택가격은 보합 혹은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며 "평년보다 높은 시기, 특히 2020∼2021년은 주택가격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기간 주택연금 해지 후 매각을 통해 높은 차익을 올린 이들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연금 해지 후 매각차익률을 1분위(11.4% 미만)와 2분위(11.4∼35.5%), 3분위(35.5∼72.5%), 4분위(72.5% 이상) 등으로 나눠 조사해보니, 주택매각으로 가장 크게 차익을 본 4분위의 경우 2020∼2021년에 주택연금을 해지한 이들이 전체의 71.2%였다.
반면 11.4% 미만의 낮은 차익률을 기록한 1분위 중 2020∼2021년 해지건 비중은 27.7%에 불과했다.
고제헌 주택금융연구위원은 "4분위 그룹의 수도권 비중도 다른 그룹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면서 "이는 장기 주택연금 이용 중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차익실현 목적으로 주택연금을 해지한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