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기준 6억 이하로 높였지만
신청액, 총 공급액의 26% 그쳐
내년 '일반형'은 9억 이하 검토
일각 "우대형도 기준 조정해야"
신청액, 총 공급액의 26% 그쳐
내년 '일반형'은 9억 이하 검토
일각 "우대형도 기준 조정해야"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의 인기가 시들하다. 주택가격 기준을 올리고 2단계 접수에 나섰지만 실수요자의 외면이 이어진다. 최근 수년간 급등한 집값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애초에 설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 16일까지 우대형 안심전환대출 누적 신청액이 6조6898억원(5만5445건)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누적 대출 신청액은 전체 안심전환대출 공급 규모(25조원)의 약 26.8%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7일 안심전환대출 2단계 접수를 진행하면서 주택가격 요건을 시가 4억원에서 6억원 이하로 높이고, 부부 합산소득 요건은 7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대출 한도도 2억5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까지 늘렸다.
신청 혼잡을 막기 위해 2주간 출생연도 끝자리 기준 5부제 방식으로 진행되고 오는 21일부터 출생연도와 관계없이 신청을 받는다. 요일제 접수가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접수 실적이라는 평가다. 1단계 접수 신청액은 목표 대비 16.0%에 그쳤는데, 지금까지 10%포인트 정도 상승한 수준이다.
대상 요건 확대에도 불구하고 시들한 인기 요인으로 여전히 낮은 주택가격 기준이 꼽힌다. 정부에서 공급하는 안심전환대출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지난 2015년과 2019년 모두 주택가격 기준이 9억원 이하였다. 최근 몇 년새 집값이 급등했지만 가격 기준은 오히려 낮춘 것이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수도권 주택종합 매매 평균가격은 6억6000만원 수준이다. 서울 주택 평균가격은 여전히 9억원대다.
정부는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일반형 안심전환대출은 주택가격 기준을 9억원까지 확대하고, 대출 한도도 5억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형은 우대형에 비해 금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의 금리는 연 3.8∼4.0%(저소득 청년층은 연 3.7∼3.9%)로 연말까지 고정된다. 내년 시행되는 일반형은 최근 급격히 오른 금리를 반영하기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다.
지금도 지난 2015년, 2019년과 비교해 금리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금리가 추가로 높아지면 실수요자의 외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고정금리 비중 확대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선 올해 공급되는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의 주택가격 기준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안심전환대출 기준이 완화되면 형평성 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제한되는 보금자리론 차주들의 불만이 지금도 높은 상황이다. 보금자리론은 현재 40년 만기 상품이 연 4.5%의 금리를 적용하는데, 만약 시중은행의 변동금리를 이용했다면 3%대 금리로 갈아탈 수 있었던 셈이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산·소득 기준을 완화하면 오히려 저자산·저소득층보다 더 여건이 좋은 차주를 지원하는 셈이 돼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며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고 정책 취지가 잘 전달되기 위해선 명확한 기준이 설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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