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기에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분양에 나선 아파트 물량이 대거 미분양으로 이어지며 시장이 더욱 침체기로 가고 있다. 비싼 분양가로 대구나 지방 일부에서 적체됐던 미분양 문제가 이제는 수도권으로 북상하고 있다. 이에 일부 현장에서는 '할인분양'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분양가가 시세보다 월등히 높아지는 추세인데 미분양 상태를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현재 서울 강북구 '칸타빌수유팰리스'와 구로구 '천왕역모아엘가트레뷰'가 몸값을 낮췄다.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최초 분양가보다 15% 할인한 금액으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최초 분양 후 9회에 걸쳐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지만 아직도 미계약분이 남은 곳이다. 현재 최초 분양가에서 1억원 정도 할인하는 동시에 분양 후 실입주하는 수분양자에게는 평당 1만원의 관리비를 지원하겠다는 조건도 걸었다.
고분양가 책정으로 청약시장에서 외면받았던 천왕역모아엘가트레뷰도 할인분양과 비슷한 카드를 꺼냈다. 본격적인 가격 인하 대신 '계약자 특별 지원' 항목을 신설한 것이다. 계약 후 한달 이내 2000만원을 계약자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사실상 할인분양이지만 시장에서는 본격적으로 가격을 더 낮춰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은평 자이 더 스타'도 중도금 후불제를 무이자로 전환하고 유상옵션 가전을 무상제공으로 바꿨다.
이 외에도 '파주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도 최초 분양가보다 1억~2억원 정도 하향조정했고, 내년 7월 준공 예정인 '여의도 월드메르디앙'은 수분양자에게 입주 시 1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에서는 대구 만촌자이르네가 발코니 무상확장과 풀옵션 무상제공 등 최대 1억 2000만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잔금 2억 5000만원을 2년간 유예해주겠다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 현장은 최근 계약률을 속여 분양한 것이 알려지자 계약 취소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할인분양에 준하는 카드를 내놓아야 계약자들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다양한 할인 조건을 내걸긴 했지만 미분양 해소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집값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라 비싼 분양가를 선뜻 선택할 수요자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11월 2째주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0.47% 떨어져 지난주(-0.39%)의 역대 최대 하락폭을 경신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도 각각 0.46%, 0.57% 떨어져 지난주(-0.38%, -0.47%)의 하락폭을 다시 썼다.
미분양 증가 추세도 심상치 않다. 9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1604가구로 전월(3만2722가구) 대비 27.1%(8882가구)나 급증했다. 수도권은 7813가구로 전월(5012가구) 대비 55.9%, 지방은 3만3791가구로 전월(2만7710가구) 대비 21.9% 증가했다. 같은 달 경기 안성시와 양주시는 미분양관리지역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초 분양가를 높게 책정했더라도 이윤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현장들은 할인분양이나 중도금 무이자 등으로의 분양조건 변경이 가능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원자재가격과 금리가 너무 오르다보니 분양가격을 내리기는 결정이 쉽지 않아 미분양이 더욱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