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2년 유예를 전제로 증권거래세를 0.15%로 인하하고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을 철회하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금투세 시행은 2년 미루되 증권거래세는 0.20%로 낮추고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100억원으로 올리는 기존 정부안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입장을 여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면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내게 하는 제도다. 증권거래세는 손실을 봤든 이익을 얻었든 상관없이 거래마다 세금을 거두는 방식이다.
정부가 민주당 절충안을 거부한 것은 증권거래세는 금투세와 연계돼 있어 금투세를 유예하고 거래세만 낮추면 세수가 크게 줄어드는 데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현행대로 10억으로 유지하면 연말에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매물을 쏟아내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0일 "야당이 제안한 0.15%는 거래세를 사실상 폐지하자는 것과 다름없다"며 "세수가 1조9000억원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주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10억에서 100억으로 올리는 걸 철회하면 (기업을) 지배하는 대주주는 물론 고액 투자자들도 양도세 때문에 연말에 매물을 쏟아내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런 장치를 안전하게 만들어둬야 다른 부문에 있는 자금이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며 "이것을 철회하라는 주장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조세소위원장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금투세 도입을 국회에서 처리했을 당시의 시장 상황과 지금의 시장 상황은 완전히 다르고, 인프라 구축과 같은 준비 상황 문제도 있기에 유예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라며 "소위에서 관련 사안을 잘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과 야당은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에서 금투세 2년 유예안을 두고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관련 법을 통과시켜 내년 시행을 예고했지만 주식양도세 폐지 등을 내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돼, 정부는 이를 2년 유예한다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증권거래세를 0.23%에서 0.15%로 낮추고, 주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10억에서 100억으로 높인다는 정부 방침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금투세 2년 유예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