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정치싸움에 뒷전으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상임위 17곳 중 6곳은 예비심사도 마치지 못함에 따라 법정 시한은커녕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도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일 정치권 상황을 종합하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2일까지 감액 심사를 마무리하고 23일부터 증액심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주 예산안조정소위원회 등에서 예산안을 논의한 데 이어 이번 주도 예산국회가 이어진다.
하지만 예산 소위에서는 과학방송통신·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보건복지·국방·문화체육관광·여성가족위원회 등 7개 상임위 소관 예산안에 대한 감액 심사에서 쟁점 예산 상당수가 보류됐다. 야당이 현 정부 핵심 정책인 소형모듈원자로(SMR)관련 예산과 대통령실 이전 계획·청와대 개방 관련 사업 등을 전액 또는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예산 소위가 아직 감액 심사를 진행하지 못한 10곳의 상임위 중 6곳의 경우 상임위 예비심사도 끝내지 못한 상태인 만큼 진도는 더 더딜 전망이다. 특히 운영위 예결소위는 '경호처 시행령'으로 공방전을 벌이다 파행돼 심사가 보류됐고, 국토교통위 예결소위에서는 민주당이 용산공원 조성사업 예산 303억원을 전액 삭감하는 안을 의결하자 국민의힘이 반발해 파행됐다.
교육위원회 예결소위는 정부의 '고등교육 특별회계'로 충돌했고, 기획재쟁위원회·정보위원회는 열리지 않았지만 각각 공공일자리와 국가정보원 예산을 둘러싼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정무위원회는 여야가 예결소위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해 난행이 예상된다.
정부의 예산 편성에 영향을 주는 '예산부수법안' 중 세제개편안에 대한 여야 입장차도 여전하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완화·금융투자소득세 (금투세) 유예 등 정치적 현안도 많아 어느 한쪽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예산 심사와 무관한 정국 흐름도 조속한 예산 심사를 어렵게 하고 있다. 야3당은 국정조사를 추진하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언제 파행이 돼도 이상하지 않은 살얼음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정처리 시한인 다음 달 2일은커녕 정기국회가 끝나는 같은 달 9일까지도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21일 의원총회를 열어 예산안 대응책을 논의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0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이날 총회에 참석해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지난 18일 우원식 예결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2차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