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24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 10월 금통위 이후 불거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에 이어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 둔화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 가능성, 원·달러 환율 하락 등 상황이 급변하면서 이번엔 0.25%포인트 소폭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통위원들 간에 2회 연속 빅스텝(0.50%포인트 인상)과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금리 결정 의견이 동률로 갈리면 이창용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쥐어야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앞선 10월 금통위는 사상 두 번째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의 기준금리는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섰다.140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을 잡기 위해서였다.
이후 레고랜드 사태가 단기 자금시장을 크게 흔들고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콜옵션) 행사 번복 등이 이어지면서 자금 경색이 나타났다. 현금성 자산이 넉넉한 롯데그룹의 유동성 문제까지 우려가 더해지면서 자금 시장의 경색이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정부는 주도적으로 대규모 유동성 공급 대책에 나섰는데 한은이 강한 긴축으로 일관한다면 정책 효과에 엇박자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이 연속 빅스텝을 밟기는 어렵게 됐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말까지 금리를 3.5%까지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7~3.8% 수준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12월 미국 FOMC에서의 0.50%포인트 인상 등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이 예상되는데다 달러당 1400원을 상회하던 환율도 상당 부분 안정돼 한은의 추가 빅스텝 명분은 낮아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금통위원들도 11월 0.25%V포인트 인상을 시사했다. 지난 10월 금통위 당시 빅스텝 의견을 냈던 이승헌(부총재)·조윤제·서영경·박기영 위원 가운데 박기영 위원은 지난 11일 "물가를 걱정하다가 어느 순간 환율이었다가 지금은 금융안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경 위원도 지난 15일 대외금융안정(환율)과 대내금융안정(금리) 가운데 "지금은 대내금융안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발언했다. 환율 불안에도 불구하고 지난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한 주상영, 신성환 금통위원들은 이번에도 베이비스텝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 연구원은 "이승헌·조윤제 위원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10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빅스텝 의견을 냈던 위원 대부분 환율 상승과 외환시장 불안을 근거로 삼았던 만큼 지금은 의견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각에서는 이달 금통위 금리 결정이 3대3 동수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금통위는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기 때문에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3대 3으로 갈리면 이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 총재는 단순히 한·미 금리 격차를 신경쓴다기보다는 물가 등 데이터를 유독 중시하는 것으로 안다. 가능성은 적지만 총재에게 캐스팅보트가 넘어간다면 빅스텝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전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후반을 기록하며 3개월 만에 다시 뛰었다. 내년 1분기까지는 5%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