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野) 3당이 21일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소방·경찰청은 물론 국무총리실과 대통령실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하는 등 정부·여당을 강하게 압박하지만, 국민의힘은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위성곤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대표, 장혜영 정의당 원내수석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국정조사 계획서를 냈다. 계획서는 조사내용으로 "용산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대규모 인명피해 발생의 직·간접적 원인 및 책임소재 규명"을 명기했고, 이를 위해 서울특별시, 용산구 등 지방자치단체 및 소방청·경찰청,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국무총리실, 대통령실 등 광범위한 기관들을 조사대상에 포함했다. 여기에 희생자와 피해자 및 그 가족, 현장 수습 공무원, 언론인, 시민, 피해 지역에 대한 정부 지원대책의 적절성 및 후속대책 점검과 기타 조사과정에서 제기된 의혹과 필요한 사항도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11월 24일부터 내년 1월 22일까지 60일 동안 기관 보고를 4차례, 청문회 5차례, 현장 조사를 3차례 실시하기로 했다. 특위는 총 18인으로 일단 민주당 9명, 국민의힘 7명, 비교섭단체 2명(정의당 1명, 기본소득당 1명)이 이름을 올렸다. 위원장은 4선 우상호 민주당 의원, 야당 간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김교흥 의원으로 정해졌다. 진선미·권칠승·조응천·천준호·이해식·신현영·윤건영 의원과 함께 계획서를 제출한 장 의원과 용 의원도 위원에 포함됐다.
민주당은 일단 오는 24일 본회의 직전까지 최대한 국민의힘의 참여를 설득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요구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전날에는 특위에 이름을 올려야하기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23일에는 국민의힘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개최한 후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 미흡할 경우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취재진에 "의총 결론은 '국정조사가 필요하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단, 수사 결과를 봐서 부족하거나 미흡하면 해야지, 지금 수사가 진행 중인데 더구나 정기국회 막바지에 예산안과 여러 가지가 심의 중인데 국정조사를 하면 진실 발견에도 도움이 안 되고 정쟁을 만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지금껏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여서 지금도 그럴(국정조사를 단독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국정조사를 여야 합의 없이 한 적이 사실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회동 자리에서도 김진표 국회의장의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합의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에 "지금까지 국정조사를 비춰 보면, 정쟁만 유발했다는 반성이 있다"며 "예산 처리 이후에는 협의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야 3당과 국민의힘의 입장차가 계속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처럼 국정조사 이후 특검과 특조위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사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성역 없는 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려면 국정조사에 이어서 특검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당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추진한 데 이어 특검이나 특조위까지 향하려면 거쳐야 하는 여러 단계가 있기 때문에, 여론의 풍향이 계속 민주당의 공세를 지지해줄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여당이 국정를 극렬히 못 하게 막거나 이러지 않는데, 과거 경험의 반면 교사일 수있다"며 "또한 국정조사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경찰의 수사를 능가할 수 없는데, 이런 부분도 야당엔 상당한 부담과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그렇기에 특검은 그야말로 수사 결과를 본 뒤 생각해봐야 순서가 맞는다"며 "지금처럼 갈 경우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임재섭·권준영기자 yjs@
위성곤(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혜영(왼쪽) 정의당 의원, 용혜인(오른쪽) 기본소득당 의원이 21일 국회 의안과에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안)를 제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