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은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산업전망' 보고서에서 "국내 경제는 글로벌 경기 부진과 교역량 둔화 등 대외 여건 아래에서 통화긴축 영향의 본격화로 소비둔화 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산업연이 제시한 내년 성장률은 1.9%다. 한국개발연구원(KDI·1.8%)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1.9%)와 비슷한 예측이다. 국제통화기금(IMF·2.0%)이나 한국은행(2.1%) 등 다른 기관보다도 다소 낮은 수준이다.
산업연은 올해 426억달러 마이너스가 예상되는 무역적자가 내년에는 수입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감소하면서 적자 폭(-266억달러)도 줄어들 것으로 봤다. 다만 우리나라 수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13대 주력산업은 자동차(2.5%)·조선(42.4%)·이차전지(17.3%)·바이오헬스(6.5%)를 뺀 대다수 업종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올해 5397억달러였던 주력산업 수출액도 내년 5179억달러로 4.0% 꺾인다는 설명이다. 홍성욱 산업연 연구위원은 "내년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다"며 "주력산업의 펀더멘탈 자체가 약해지는 것은 아니고, (과거 완화적 통화정책 등으로) '펌프 업' 됐던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무역수지 악화의 주범 중 하나인 국제유가는 주요국 금리인상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내년 배럴당 90달러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가 많이 들여오는 두바이유는 배럴당 상반기에 88.8달러, 하반기에 92.2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하반기부터 전환된다는 전제에서 상반기에는 1343.3원에 이르렀다가 하반기 1295원까지 내린다고 예측했다.
내년 민간소비는 고금리에 다른 저조한 소비심리와 주요 자산가격 하락, 실질소득 하락에 더해 급격한 이자부담 증가 여파로 증가 폭이 올해보다 축소된 2.5%에 그친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설비투자는 0.3% 감소하지만, 건설투자는 정부 주택공급 정책 등과 맞물려 1.6%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산업연은 지금의 경제 상황을 1998년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선상에 놓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박상수 산업연 연구위원은 "경제 위기라기보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는 양상"이라며 "대내·외 여건 악화가 내년까지 지속되면 경기도 더 안 좋아질 수 있지만, 아직 심각한 위기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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