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홍 금융부동산부 금융팀장
![[DT현장]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은행의 이중성](http://contents.dt.co.kr/images/202212/2022121302102263074001[1].jpg "[DT현장]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은행의 이중성")
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를 받는 목적은 대출 상환기간이 달라지는데 따른 자금 운용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중도상환수수료는 통상 중도상환금액과 중도상환수수료율, 대출잔여일 등을 따져 계산한다. 현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율은 0.5~1.5% 수준이다. 5대 은행만 살펴보면 국민은행 0.6~1.4%, 신한은행 0.7~1.4%, 우리은행 0.6~1.4%, 하나은행 0.5~1.4%, 농협은행 0.6~1.4%다.
은행권에서는 정부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방침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시장 원리에 어긋나는 만큼 사회적 비용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면 대출금리 산정 때 자금 조달 위험 요소를 반영하면서 오히려 대출금리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거액의 대출금을 만기 전에 갚을 수 있는 사람들은 자산가일 확률이 높은 만큼 대부분의 서민들은 금리 상승에 따른 피해를 보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신(新)관치'라는 비판을 듣고 있는 금융당국이 중도상환수수료 정책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금금리에 이어 대출금리까지 통제하는 금융당국이 중도상환수수료 정책까지 개입하는 모습에서 관치금융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방침에는 반발하는 은행들이 예금금리 경쟁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는 군소리 없이 따르는 이중성에 더 큰 배신감을 느낀다. 올해 들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지난달 초 연 5%대를 돌파했다. 이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최근 4%대로 역주행했다. 은행권으로의 자금쏠림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인상 자제 권고가 나오자 은행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춘 까닭이다. 대출금리 인상 자제 권고에는 소극적이었던 모습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의 이중적인 태도가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해서도 나타난 셈이다.
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수입을 살펴보면 앓는 소리가 이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입만 2017년 이후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올들어서는 10월까지 중도상환수수료로만 2328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가운데 5대 은행이 차지하는 금액이 1734억원으로 74.5%에 달했다.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로 당장 적지 않은 수수료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중도상환수수료 개입이 신관치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에게 유리한 예금금리 인하는 군말 않고 따르면서 스스로 관치에 길들여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은행들은 올해 금리 상승 덕분으로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시중은행의 이자 이익은 무려 40조6000억원이다. 손쉬운 이자장사로 돈을 벌고 있는 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 수입까지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버틴다면 결국 금융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중도상환수수료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문제가 있다. 예를들어 미국의 경우 고정금리 대출에 대해서만 중도상환수수료를 허용하는데, 우리나라는 고정금리·변동금리를 가리지 않고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한다. 장기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미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이미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고 있기도 하다. 카카오뱅크는 당초 올해 말까지 시행하기로 했던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정책도 내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은 빅테크와 경쟁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금융당국에 규제 완화를 호소하고 있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인터넷은행이 주는 편리함은 시중은행들도 충분히 따라잡았다고 본다. 반면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 소비자에게 유리한 정책은 모방하지 않는다. 배달앱·알뜰폰 사업을 통해 인터넷은행과 경쟁하겠다는 자세로는 아무리 규제를 풀어도 인터넷은행으로 향하는 소비자의 발걸음을 돌리기 어려워 보인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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