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현장으로 자금경색 확산
하청업체 임금체불 후 잇단 잠적
우석건설·동원건설산업 등 부도
건설업체들의 자금 사정 악화 여파가 하청업체로 번지고 있다.
지난 주말 대구 한 건설현장의 하청업체는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잠적했다.
앞서 수도권 미분양 현장에서는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대구 동구 '동대구역 센텀 화성파크드림'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이 폐쇄되며 부도설이 돌았다. 실제로는 하청 건설업체인 보현건설이 원청인 화성산업으로부터 공사비를 지급받았는데도 직원 임금을 체불한데다, 일부 직원들은 권고사직을 당해 12월부터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들어 지난 7월까지 이미 8개의 건설사가 문을 닫았고, 최근에는 2곳의 지방건설사 부도가 현실화됐다. 지난 9월 충남지역 종합건설업 6위인 우석건설이 부도 처리됐고, 이어 11월 말에는 경남지역 시공능력평가 18위인 동원건설산업이 22억원의 어음 결제를 막지 못해 도산했다.
지난 7월 분양했던 인천 미추홀구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144가구)가 최근 기존 수분양자에게 배상금을 주고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나섰다. 이곳은 서희건설의 계열사인 유성티엔에스(유성TNS)가 시행을, 시공은 서희건설이 맡은 현장이다.
전체 물량의 70%가 넘는 104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는데, 무순위청약에서도 미분양으로 남아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었다. 만약 이 현장의 시행사가 수분양들과 합의를 거쳐 입주자 모집공고를 취소하면 기존 사업권도 함께 소멸돼 이미 투입된 비용은 회수할 수 없어 시행사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로 미분양이 늘어난다면 건설사의 부도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수혈받는 기업에는 대방건설, 중흥토건, 신영, SGC이테크건설 등이 이름이 올린 바 있다.
이에 따라 대한주택건설협회는 국토교통부에 △공공기관의 미분양 주택 매입 △등록임대사업제 개편 △분양권 전매 규제 완화 등의 '주택경기 침체 해소 방안'을 건의했다. 이번 건설업계의 자금 위기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정부의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의 자금 조달 비중이 높아 그 때와는 다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에는 단기간에 집값이 폭락해 주변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아지면서 미분양과 계약해지 요구가 급증했다.
이어 '악성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과 입주거부가 늘어나 잔금 상환이 막히자 자금력이 약한 건설업체는 어음 등을 막지 못해 부도로 가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분양자의 중도금 의존도가 높고, PF 조달비율이 높은 편이라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보다 리스크가 훨씬 더 크다는 지적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지난달부터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지만 지원규모면에서 한계가 있고 앞으로 급증할 미분양과 계약해지, 미입주에 대처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현실화 및 분양전환가격기준 개선을 신속히 추진하고 아파트 등록임대사업 복원, 비정상적인 주택보유 및 거래과세 정상화도 조속히 완료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