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 논란
"OTT를 방송처럼 규제하는 대신
기존 유료방송 풀어 경쟁력 키워야"
"OTT를 방송처럼 규제하는 대신
기존 유료방송 풀어 경쟁력 키워야"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14일 열린 출입기자 송년 간담회 인사말을 통해 "환경이 변하고 세월이 가면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며 "방송·미디어 관련 맞지 않는 규제들을 바꿔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방통위의 방향성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어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격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처하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조의 일환으로 방통위는 지난 13일자로 미디어전략기획과를 신설하고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가칭)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디어전략기획과의 주요 업무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 지원이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은 미디어 매체별로 방송법·IPTV법·전기통신사업법 등으로 분산된 규제 체계를 하나의 법제로 통합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OTT 등 뉴미디어를 현행 미디어 체계로 끌어들여서 규율하는 법안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코로나19 이후 지상파 시청 점유율이 떨어지고 OTT와 IPTV 등 미디어 시장이 격변하면서 산재한 미디어 시장을 통합·효율화하는 법체계를 만들자는 논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실제 이날 방통위가 발표한 '2021년도 방송사업자 시청점유율 산정결과'에 따르면, 지상파 4개사의 시청점유율은 2019년 46.001%에서 2020년 42.346%, 지난해 41.953%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 진출 이후 OTT 시장이 커지면서 시장 관리와 감독, 지원을 두고 부처 간 OTT 정책 주도권을 잡기 위한 힘겨루기도 이어지고 있다. 방통위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통해 법적 일관성을 확보하고 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관련 방안에 대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면서도 "구체적 시기나 내용은 아직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OTT 업계는 우려가 크다. 방통위가 규제 기관인 만큼 혁신보다는 규제에 방점이 찍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와 무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OTT를 전통적 방송 규제의 틀에 가둬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그 대신 유료방송 등 전통 미디어 규제를 OTT 수준으로 낮추고 풀어줌으로써 격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사업자와 국내 업체간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국내에 거점을 둔 국내 사업자만 규제로 인해 제한을 받게 되고 글로벌 사업자들은 우회해서 서비스하는 식으로 규제망을 피해갈 수 있다는 의견이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OTT는 지금도 부가통신사업 규제를 받고 있고 자율등급 심의 등 과도한 규제가 조금씩 완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전통 미디어도 방송법 등 규제로 인해 어려워진 상황에서 같은 기준에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산업 발전 저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유료방송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미디어·콘텐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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