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살만한 세상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어제 배달 나간 기사한테 전화가 왔다. 아파트 단지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졌단다"라며 "몸은 안 다쳤냐고 물어봤더니 아파트 안이라 세게 안 달려서 안 다쳤다. 그런데 피자가 다 망가졌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A씨는 이에 손님에게 전화해 "죄송하다. 기사가 아파트 안에서 넘어져 피자가 망가져서 다시 만들어 보내드리겠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그러자 손님은 "저는 괜찮은데, 배달 기사는 괜찮냐. 천천히 배달해달라"고 설명했다.
A씨는 피자를 다시 만들어 같은 배달기사에게 배달을 부탁했다. 기사가 다시 찾아간 손님 집 문 앞에는 '기사님! 앞에서 넘어지셨다고 들었어요. 안 다치셨나요? 추운 날 안전운행하세요'라는 쪽지와 함께 종이쇼핑백이 걸려 있었다. 쇼핑백 안에는 발효 홍삼 등 건강 음료와 팩이 들어있었다.
A씨는 "20년 일하면서 이런 분은 처음 본다. 삭막하기만 한 세상인 줄 알았는데 이런 분 만나니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란 생각이 든다"고 썼다. 그러면서 "저렇게 문 앞에 걸어두시고 기사가 가니 나오셔서 토닥여주셨다고 한다. 기사도 넘어졌지만,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어제 엄청 추웠는데 저도 일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덧붙였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마음이 따뜻해진다", "좋은 세상이네요, 아직은", "극한의 추위 속에서 배달하시는 기사님들 존경스럽습니다"라는 등 댓글로 응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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