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경제정책방향] OECD보다 낮은 정부 성장률 전망 `이례적`… 경제상황 심각 방증

입력: 2022-12-21 14:00 김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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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전세계 통화긴축 기조에
수출 중심 국내경제 회복 위기감
부동산 경기도 크게 위축될 듯

[2023년 경제정책방향] OECD보다 낮은 정부 성장률 전망 `이례적`… 경제상황 심각 방증

정부가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 1.6%는 한국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놨던 수치보다 낮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정부 정책의지를 담아 다소 높게 잡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에 거시경제 지표는 물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상황도 최악이다.

정부가 내년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이 촉발한 전 세계적인 통화긴축 기조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재작년 출범 직후 코로나19 대응을 목표로 1조9000억달러(약 2500조원) 규모의 재정을 풀었고, 대규모 유동성은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트리거'가 됐다. 이에 자국 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정책 축소)과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장기간 이어졌다.

전 세계 기축통화 중에서도 절대적 영향력을 지닌 달러 가치가 연준의 긴축으로 절상되면서 각국의 금리인상 경쟁이 시작됐다. 한국은행도 작년 1% 아래였던 금리를 3.25%까지 끌어올렸다. 정부는 이런 통화긴축 여파가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간다고 보는 것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19일 브리핑에서 "(올해) 우리 경제는 잠재수준 이상의 성장세와 주요국 대비 낮은 물가 상승률을 유지하고, 고용도 양적으로 양호한 모습"이라면서도 "우리 경제가 마주한 대내·외 여건은 여전히 매우 어렵고, 특히 내년 상반기에 그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통화긴축이 수출 위주의 우리 경제가 회복하는 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수요가 줄고,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목 업황이 부진해질 수 있어서다. 이미 수출액은 10월(524억4000만달러) 들어 전년 대비 5.8% 감소해 2020년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23개월 이어오던 증가세가 꺾였다. 지난달(518억9000만달러)에는 감소 폭이 14%로 커졌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내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4.1% 쪼그라들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도 17% 뒷걸음질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뿐 아니라 부동산 경기도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방 차관은 "부동산 가격 하락 속도가 당초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에 정부도 심각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주택가격이 내림곡선을 그리자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올해 1~10월 사이의 월평균 주택거래량은 역대 최저수준인 4만5000호를 기록했다. 2006~2021년 월평균 7만9000호가 거래됐던 것에 비하면 반토막 가까이 난 셈이다. 서울의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작년 10월(206.4) 고점을 찍은 뒤 올해 10월(176.7)까지 14.4%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은 경기에 후행하는 특성을 갖는다. 결국 부동산 경기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면 집값 상승기 때 빚을 내 주택을 마련한 이들의 금융불안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경기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정부는 내년 건설투자가 0.4% 후퇴한다고 전망한다.김동준기자 blaam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