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1일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전자팔찌를 끊고 잠적한 김봉현(49)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48일 만에 찾아낼 수 있었던 결정적인 단서는 바로 이 한 마디 진술이었다.
18일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도주 당일 조카가 모는 승용차를 타고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에서 내려 이 검은색 승용차로 갈아탔다.
이 차는 김 전 회장의 조카에겐 낯익었다. 김 전 회장의 도주 계획을 도우면서 전 회장이 이 차와 몇 차례 '접선'하는 장면을 봤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혐의로 지난달 8일 구속된 조카는 검찰에서 '후미등이 고장 난 검은색 승용차'에 대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검찰은 조카의 진술을 토대로 김 전 회장이 이 차와 접선했다는 날짜, 시간대에 해당 장소 부근의 CCTV를 확보했으나 차 주인과 차량 번호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런 중에 조카가 또 다른 단서를 제공했다. 김 전 회장이 도주 전 누군가와 전화하면서 어느 한 지역의 식당 이름을 여러 차례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도주하기 이틀 전부터 이 식당 이름을 검색한 기록을 분석해 휴대전화 번호 하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 번호와 김 전 회장이 도주 직전까지 쓴 휴대전화의 통화 내역을 비교한 결과 A(60)씨와 공통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김 전 회장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었다.
검찰은 A씨 휴대전화의 통화 내역을 다시 분석했고, 한 구청 주차관리과에 전화한 사실을 알아냈다. A씨의 차가 이 구청의 주차위반 단속에 적발됐기 때문이었다.
구청 자료를 근거로 A씨의 차량 번호를 확보한 검찰은 A씨의 위치를 추적해 그의 차가 후미등이 고장 난 검은색 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후 검찰은 잠복 끝에 지난달 28일 오전 5시50분쯤 A씨를 체포했다.
A씨를 체포한 이튿날 김 전 회장의 도주를 함께 도운 B(49)씨가 자수했다. 검찰은 B씨에게 김 전 회장의 은신처를 알아 내 당일 오후 바로 검거할 수 있었다.
김 전 회장은 도주 이틀 전 이들에게 "사설 토토, 카지노 운영권,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도주를 도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전 회장은 팔당대교에서 A씨의 검은색 차를 타고 도주한 뒤 도주 당일 화성과 오산에서 각각 다른 차로 갈아탔다. 오산에서 김 전 회장을 태운 사람은 B씨의 지인 C(37)씨였다.
C씨는 자신의 아파트와 같은 단지의 다른 집을 단기 임대해 김 전 회장의 은신처를 마련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아파트에 계약 다음날 새벽 몰래 들어가 숨어 있다가 결국 덜미를 잡혔다.
검찰은 이들 3명이 김 전 회장의 도피를 도왔지만 수사에 협조한 점을 참작해 불구속기소 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