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주 에프엔에스벨류 대표
![[기고] 챗GPT 시대, 보안은 누가 책임질 건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302/2023021302102369650001[1].jpg "[기고] 챗GPT 시대, 보안은 누가 책임질 건가")
연초부터 줄줄이 터져나오는 이커머스 기업, 대형 통신사의 고객정보 유출사고와 그에 따른 피해, 주요 학회 열 두 곳을 대상으로 벌어진 중국 해커들의 공격까지 언론은 정보유출 피해 보상과 책임을 따갑게 묻고 있다. 급기야 고객정보 유출에 이어 디도스 공격까지 발생한 통신사는 국회의 부름을 받기까지 이르렀다.
보안인증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한 사람으로서 희비가 엇갈린다. 이유는 두 가지다. 유출된 정보 속에 내 정보도 있을 것이란 합리적 의구심과 불안감이 밀려오는 동시에 보안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변화되고 시장이 커지는 모멘텀이 확실히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도 생겼기 때문이다.
'안전한 사회'는 비단 사이버 공간에서만 첨예한 화두는 아니다. 지난해 말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대형사고로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안전'이라는 말에 민감한 상태다. 국가적 보호와 사회적 안전 시스템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을 때 사이버 보안이 또다른 화두로 떠올랐다.
이커머스나 통신사는 국민 대부분이 이용하는 생활밀착형 업종이다. 정부가 보안 문제를 기업에 맡기고 지켜만 봐서는 곤란하다는 암묵적 레드카드가 발행된 셈이다. 현대 지식정보 초연결 사회에서는 방범과 치안에서 보여온 근대국가의 모습과 같은 역할을 사이버 세계에서도 기대한다.
지난 10여 간 금융사, 이커머스, 구독 기반 서비스 기업에서 발생한 고객 정보유출 및 해킹사고는 그 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니콘 기업으로 급부상하면서 대기업의 막대한 투자금을 확보하고 IPO를 준비하던 한 스타트업의 경우, IPO(기업공개)를 목전에 두고 대규모 고객정보 해킹사건이 알려지면서 기업가치에 치명타를 입었고, 다른 이유와 복합되어 IPO는 기약 없는 일정이 되기도 했다.
우리 사회를 해킹에 더 취약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지난 3년여간 원격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스마트폰, PC 등 개인 기기를 통한 클라우드 접속이 늘어나면서 해킹 취약 지점이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그 결과 보안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했다.
실제 세계적인 네트워크 솔루션 기업 시스코시스템즈는 보안 관련 글로벌 매출이 2022년 전체 매출의 7%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사후약방문이건 선제적 대응이건 앞다퉈 보안에 투자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행보는 느린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보안을 '투자'가 아닌 '비용'을 보는 경향에 기인한다. 사전에 호미를 막을 수 있는 것을 사후에 가래롤 막아야 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문제는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당사의 보안인증 솔루션 설명을 위한 미팅에서 만난 한 중대형 이커머스 기업 임원은 "아직 (계정 탈취)사고가 안 일어나서 비용을 들이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솔직한 속내를 토로했는데, 이는 비단 그 기업에만 국한되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2023년 2월 현재는 전 세계적인 '셀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챗GPT가 초보 해커의 해킹을 돕는 지경에 이르렀다. 뛰는 인간 위에 나는 AI(인공지능)가 있다. 그리고 그 범위는 논문이나 마케팅 전략 수립을 돕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해킹을 도운 챗봇에게 전 국민의 개인정보, 자산정보를 다루는 금융사, 통신사, 이커머스의 보안을 어떻게 하면 강화할 수 있냐고 물어볼 것인가.
보안에 대한 예산을 '투자'로 생각하는 기업이 많을수록, 기업의 보안문제를 기업만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정부가 있을 때, 우리는 좀더 안전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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