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보름여 앞두고 당권주자의 상호 비방전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자칫 내홍의 불씨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특정 주자 유불리에 영합한다는 의혹을 자초하며 오히려 사태를 키우는 양상이다.
20일 당대표 후보자 2차 TV토론회도 '진흙탕'이 될 공산이 크다. 김기현 후보는 19일 서울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 방문 후 기자들을 만나 '안철수 후보가 부동산 의혹이 해명되지 않으면 총선이 어렵다고 했다'는 질문에 "대선을 나가겠다는 분이 '민주당 DNA를 계속 갖고 계시면 참 곤란하다"고 쏘아붙였다.
'부동산 의혹'은 울산 지역 중진인 김 후보가 17대 국회 산업자원위원이던 2007년 'KTX울산 역세권 연결도로' 노선이 그가 1998년 매입한 땅을 지나도록 변경돼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이다. 지난 15일 첫 TV토론에서 황교안 후보가 "용기있게 사퇴하라"며 했고, 안 후보가 연일 검증의 날을 세우고 있다.
토론 당시 황 후보에게 "민주당 소속이냐"던 김 후보는 장외에선 안 후보로 화살을 돌려 '정체성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이미 다 사실관계가 밝혀졌는데도 계속 허위조작된 가짜뉴스를 퍼나르기하면 대표 자격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단일화했다고 과거 모든 행적이 지우개로 지워지냐"고 공격했다.
앞서 안 후보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원권 강화와 공천 시스템' 정책비전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 그 문제(울산 KTX역세권 투기 의혹)를 몰랐다. 황 후보가 토론 때 말씀을 해갖고 나온 것"이라며 "(제대로 해소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이기기가 굉장히 힘들어 질 수 있다"고 거듭 압박했다.
캠프 차원의 반발 수위는 더욱 높았다. 안 후보 측 윤영희 대변인은 김 후보를 겨냥 "(대선)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에 헌신한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장에게 정체성 검증 운운한다"며 "'혈통 감별사'와 '사상 감별사'를 자처한다"고 비난했다. 김기현 캠프에서 "민주당의 피"까지 거론했던 점을 겨냥한 것이다.
윤 대변인은 "김 후보의 연대·포용은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만 해당하냐"며 "분열주의와 갈라치기로 우리 당 총선 폭망이 예견된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이날 한 방송에서 안 후보의 2016년말 행적을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분"이라고 직격했다. 하지만 그 역시 당시 여당 내 탄핵찬성론자였다.
당 선관위는 지난 17일 국회 기자회견으로 "모든 후보자는 근거 없는 비방을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을 냈지만 무용지물이다. '윤안연대' 발언으로 대통령실, 비대위, 선관위의 잇단 '경고 대상'이 됐던 안철수 캠프는 "후보들 줄세우기 하나"(김영우 선대위원장)라고 즉각 반발했다. 김 후보 측의 '철새정치인', '민주당의 피', 색깔론 공세에 반응하지 않던 선관위가 울산 역세권 투기 의혹 확산 직후 움직였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안 후보 측이 '선관위 입장 존중'으로 입장문을 맺자, 비윤(非尹) 이준석계의 천하람 후보는 "리더급 정치인이 되겠다는 분이 부당함을 알면서도 이렇게 쉽게 꼬리를 내리냐"고 부추기는 모습을 보였다.
한기호·권준영기자 hkh89@dt.co.kr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당대표 후보가 지난 2월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 참석해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