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한국형 모듈원자로, 세계 원전 총아 되길

입력: 2023-02-1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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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SMR 개발이 매우 활발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2022년 보고서는 미국 20종, 러시아 17종, 중국 10종, 캐나다 5종, 한국 4종을 포함해 총 83종의 SMR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의 고온가스로형 HTR-PM과 러시아의 해상부유식 경수로형 KLT-40S는 이미 가동 중이고, 건설 중이거나 건설계획이 구체화하고 있는 것도 20기에 가깝다. 10여 개의 국내 대기업이 해외 SMR 개발사에 투자하고 있는 것도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웠을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100MW급 SMART를 개발해 2012년 SMR로서는 세계 최초로 규제기관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여러 이유로 국내 실증로 건설은 추진되지 못했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내 건설을 목표로 미화 1억 달러를 투자해 공동으로 설계를 개량했으나 아쉽게도 실제 건설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SMART는 여전히 단기간에 건설 착수가 가능한 유력한 SMR이며, 캐나다 오일샌드 시설 등에 수출하기 위한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세계적으로 SMR의 이용은 2030년대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10종 내외의 설계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세계 SMR 시장을 주도하려면 더 혁신적인 SMR 개발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함께 연구해온 것이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이다. SMART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안전성, 경제성, 운전편의성 등의 대폭 향상을 꾀하고 있다. 다수의 여야 국회의원들도 이에 공감해 'SMR 국회포럼'에서 정책적·기술적 고려 사항들을 공동으로 논의했으며, 지난 정부에서 시작해 현 정부에서 완료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i-SMR 개발사업이 3992억원(민간 1245억원 포함) 규모로 통과됐다. 이 사업은 과기정통부·산업부 공동으로 추진되며 원자력 산업계, 연구계, 학계의 총체적 역량이 투입될 예정이다. 한편, 과기부는 2030년대 중반 이후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용융염원자로(MSR)도 혁신도전프로젝트(K-DARPA) 사업의 하나로 개발할 계획이다.

SMR 개발사업의 성공 여부는 국내외에서 충분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경쟁력을 지닌 SMR을 적기에 개발해 세계 시장에 나서야 하므로 2028년까지 i-SMR을 개발하고 규제기관의 인증까지 받겠다는 전략은 타당하다. 참여기관들이 기관 이해에 매몰되지 않고 대승적으로 협력하면서 SMART 개발 경험과 세계 최고 수준의 대형원전 기술을 결합해 경쟁력 있는 i-SMR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SMR 개발·이용에서는 규제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과 캐나다의 활발한 SMR 사업 배경에도 규제기관의 선도적 역할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i-SMR 규제 준비에 적극적이어서 다행이다. 새로운 원자로 개발 과정에서는 개발자와 규제자 간의 충분한 소통과 사전 안전성 검토 등을 통한 조율이 중요하다. SMART 표준설계인가 심사를 통한 SMR 규제 경험과 외국 사례를 철저하게 분석해 형식보다는 안전규제의 본질을 중시하면서 실사구시의 자세로 접근하길 기대한다. 특히, 실효성이 불분명한 선언이나 절차, 검증 방법을 고려하지 않는 기준 등이 성급하게 도입되지 않기를 바란다.

i-SMR의 개발과 표준설계인가는 정부와 공기업에서 주도하지만, 실제 건설을 통한 실증과 사업화에는 민간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민관 컨소시엄 또는 공동출자 회사를 설립해 추진할 수도 있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실증로(국내 첫 호기) 건설 및 사업화 주체를 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원자력계의 역량을 총결집한 우수한 설계 개발,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안전규제, 실효성 있는 실증 및 사업화 전략을 통해 2030년대 한국의 SMR이 세계를 주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