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경찰은 23일 창원간첩단 등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민주노총 경남본부 및 본부 내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거제시에 소재한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등을 압수수색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등은 '압수수색의 탈을 쓴 폭력적 노동탄압'이라고 반발했다.
국정원은 이날 오전 100여명을 투입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민주노총 경남본부 건물 2층에 있는 금속노조 경남지부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컴퓨터, 서류수납장 등을 압수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금속노조 경남지부장 A(53)씨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회장 B(55)씨였다. 국정원은 지난 21일 법원으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7개 중대 500여 명의 병력을 민주노총 경남본부 내외부에 배치했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민노총 경남본부 조합원들과의 몸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민노총 경남본부 현관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압수수색을 규탄했다. 이들은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의 정기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있었음에도 국가권력이 잔칫상을 엎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을 반드시 분쇄할 것"이라고 했다. 또 기자회견 도중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기자회견 과정을 동영상 촬영하자 일부 노조원들이 이를 저지하며 시비가 붙기도 했다.
국정원 측은 이날 압수수색과 관련해 "구체적인 혐의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취재진들이 '창원간첩단과 관련한 것이냐'고 질문했으나 "답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창원간첩단 사건은 김모 씨 등 4명의 일당이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북한 관련 인사들과 접촉해 지령을 받은 뒤, 2016년께부터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를 결성해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된 사건을 말한다.
국정원 등 공안당국은 창원간첩단의 반미, 반보수 활동이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남 창원과 제주, 전북 전주 외 수도권에서도 활동해온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합원들이 23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본부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민주노총 경남본부 내 금속노조 경남지부에서 국가정원보원이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