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공사비 증액 요구 골머리
신탁땐 인허가 기간 단축 효과
조합내 비리·갈등 차단도 가능
신탁땐 인허가 기간 단축 효과
조합내 비리·갈등 차단도 가능
신탁 방식 정비사업은 주민이 설립하는 조합 대신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가 시행을 맡아 사업비 조달부터 분양까지 모든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울시 인허가 기간을 줄여 사업 속도를 높이고, 건설사의 공사비 검증·조합 내 비리나 갈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럭키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지난 26일 신탁사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현장설명회에는 한국토지신탁, KB부동산신탁, 한국자산신탁이 참석했다. 그간 신탁사 현장설명회는 신탁 회사가 정비사업 조합을 찾아 개최를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번 설명회는 재건축추진위 측이 신탁회사에 먼저 요청해 개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달 노원구 상계한신3차 아파트와 종로구 창신 10구역 등도 한국토지신탁·하나자산신탁에 요청해 설명회를 마쳤고, 동작구 상도14구역·강서구 마곡신안빌라 등도 신탁사 설명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신탁사를 먼저 찾는 이유는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건설사는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 다소 무리한 조건으로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따내지만, 불황일 때는 이같은 방식으로 입찰하지 않는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건설사들은 경기 안양의 한 재건축 시공권을 두고 수주전을 벌였지만, 하반기부터는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에서도 유찰 사례가 나왔다. 부동산 침체기 때는 건설사의 사업 수주 수요가 줄어 조합-건설사 간 갑을 관계도 뒤바뀌게 된다.
건설사가 부당한 방식으로 공사비 증액·계약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점도 재개발·재건축 조합에는 부담이다.
지난달 삼성물산은 서초구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을 상대로 공사기간 연장을 요구한 뒤 철회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공기 연장 요구가 타당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지만, 조합 내에서는 시공사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초 메이플 자이 조합 등도 GS건설의 '착공 후 공사비 증액'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도권 한 정비조합 관계자는 "시공사가 2년 전 입찰 제안 때 보다 공사비를 크게 올려달라고 부당한 요구를 했지만 조합으로선 거절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재개발 프리미엄 가격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시공사까지 사업을 포기하게 된다면 재개발 사업은 추진 동력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유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와 양천구 목동 일대 재건축 단지 사이에서는 최근 신탁방식 재건축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 목동 신시가지 일대 내 복수의 재건축 추진위도 최근 신탁방식 재건축으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부동산 신탁사 접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신탁사가 관리하는 재개발 사업장에선 타당한 이유가 있어도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기가 어렵다"며 "건설사 입장에서 불리하지만 조합원 입장에선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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