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유흥수 상임고문)는 5일 일부 후보자들이 일부 당원협의회 당원선거인단에 발송한 선거운동 문자에 대해 경고 조치했다. 당헌당규상 금지되는 국회의원 또는 당협위원장의 경선 선거운동으로 오인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후보자명을 특정하진 않았다.
다만 최근 일부 당협에 '내년 총선에서 당협이 승리하려면'이란 전제로 이준석계의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문자가 발송된 것이 단초가 됐다. 다만 친윤(親윤석열)계 주류에서 문제를 제기한 직후 선관위가 대응하면서 비주류 후보 측은 "초법적으로 정당한 선거운동마저 방해한다"고 반발했다.
유흥수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 3월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는 이날 자료를 내 "어제(4일) 모바일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일부 후보자들이 보낸 선거운동 문자에 대해, 중앙당 선관위는 구두 경고조치했다"며 "문자를 수신한 선거인단이 속한 당협이 마치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문구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문자를 받은) 당협 책임당원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더 이상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즉각 중단해줄 것을 촉구했다"며 "이와 관련해 타 후보들 역시 남은 선거기간 선거운동 문자 발송 시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당원선거인단 투표 '출구조사 참여링크'를 포함시켜 선거운동 문자를 발송한 후보들도 지적 대상이 됐다. 선관위는 "투표가 진행되는 중 정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조사가 '출구조사'란 이름으로 유권자의 표심과 선관위의 공정한 선거관리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기에 즉시 중단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했다.
아울러 이같은 경고에 "이행되지 않을 경우 선관위 차원의 제재조치가 있을 것임을 알렸다"며 "중앙당 선관위는 얼마 남지 않은 선거기간 동안 더욱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서울 송파구을 지역구의 배현진 국회의원은 지난 3월4일 페이스북에 '서울 송파을 당협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최고위원으로 허은아, 김용태로 뽑아야 합니다'라고 송파을 당원협의회 소속 당원선거인단에 배포된 문자 내용을 게재하며 "위 문자는 저희 당협에서 보낸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배현진 국회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앞서 전대 투표 1일차인 전날(4일) 일부 당협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OO 당협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최고위원은 김용태·허은아로 뽑아야 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가 전송됐으며, 서울 송파구을(당협위원장 배현진 의원) 등 당협이 발송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당대표 후보를 지원해온 친윤계 배현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으로 "송파을 당협 문자가 아니다. 아마 허은아 후보 문자같은데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고 했다. 다른 당협에서도 "해당 홍보 문자는 각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위해 직접 발송한 것으로 당협과는 무관하다"는 반박 문자를 회람해 수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의원은 이날도 "어제 전국 여러 당협에서 당협명을 넣고 '뽑아달라'고 홍보한 일부 후보들의 문자로 소동이 있었다"며 "혼선을 초래한 이번 홍보 방식은 당협의 관리자 입장에서 다소 유감이다. 현장을 더 섬세하게 배려했다면 꼼수사칭 얘기는 듣지 않는 멋진 아이디어가 충분히 나왔을 텐데"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당 선관위가 해당 후보들에게 결국 경고를 했다"며 "송파에서도 여전히 당협 공식 문자로 헛갈려하는 분들이 계서서 다시 정리한다. 당원들께 '전대 투표참여 요청문자' 는 드리고 있지만 후보 지지 문자메시지는 발송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2월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용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으로 "정당한 선거운동마저 방해하는 선관위에게 경고한다"며 "전략적인 선거운동을 위해 당에서 '당협별 책임당원 명부'를 공식적으로 줬고, 당협별로 특화해 총선승리를 할 수 있는 최적화된 후보는 저 김용태를 뽑아야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드렸는데 그것이 무슨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적법한 선거운동조차 선관위가 초법적 재단하려하는 것 보니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다. 당 선관위 스스로가 당원의 수준을 폄하하는 것 같다"며 "국회의원·당협위원장이 대놓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지지문자를 보내도 못본 척, 못들은 척 하는 선관위는 알아서 권력 눈치를 보면서 기는데 '선관위' 직의 사명에 부끄러운줄 알라"고 했다.
김 후보는 또 배 의원을 겨냥해선 "가만히 계시지 못하고 나불거리는게 벌써 '중립 위반'인 것 같다"며 "어찌됐든 홍보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비꼬았다. 허 후보는 직접 입장을 밝히는 대신 수도권 당원들에게 "절대 꺾이지 않겠다. 불합리하고 이 어그러진 상태를 바로잡아, 허은아는 올바르고 떳떳한, 큰 근본이 되는 길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선관위의 구두 경고 대상은 김병민·김재원 최고위원 후보까지 포함한 4명으로 알려졌다. 배준영 선관위 대변인은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지목된 김용태·허은아 후보 외에 김병민·김재원 후보에게도 구두로 경고했느냐'는 질문을 받자 "일일이 대상을 거명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