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원투표율이 당 지도부 경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자, 각 주자들은 상대를 겨냥한 분노투표라며 '아전인수'로 해석했다.
전대 당원선거인단 투표율은 모바일 K-보팅 투표 첫날(지난 4일) 기준 역대최고치인 34.72%로 집계됐다. 이틀차인 5일 오후 5시 기준 47.51%로 '이준석 지도부'를 선출한 지난 2021년 6·11 전대의 최종투표율(선거인단 32만8532명 중 45.36%)을 넘겼다. 모바일 ARS 투표(6~7일)를 거친 최종투표율은 50% 중반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율 자체로는 윤석열 대통령을 후보로 선출한 2021년 11·5 전대 기록(선거인단 56만9069명 중 63.89%)에 못 미칠 수 있으나, 선거인단이 83만7326명으로 급증한 만큼 투표자 수는 대선 경선 때의 36만여명보다 많을 수 있다. 일반여론조사를 배제한 100% 당원투표로 '룰'을 바꿔 흥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예상을 깬 호응이다.
친윤(親윤석열) 주류의 김기현 당대표 후보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YPT 청년정책 콘테스트' 행사 후 기자들을 만나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당연히 김기현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합작이라도 한 것처럼 전당대회를 진흙탕으로 만들거나 네거티브로 일관한 데 대한 당원들의 당심이 폭발한 것"이라고 비주류 주자들을 겨눴다.
반면 비주류의 안철수 후보는 의원회관 기자회견에서 "침묵하고 계시던 다수 당원의 분노가 높은 투표율로 드러났다"며 약 25%로 추정한 조직표 동원 가능선을 넘었다고 평가했다. 또 "'대통령실과 몇몇 사람'이 수직적 관계로 만드는 데 당원들이 모욕적으로 생각한다"며 "대표는 3월8일 아닌 (결선 재투표로) 12일에 확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윤(非尹) '이준석계' 천하람 후보는 이날 경남 창원에서 "기본적으로 천하람 태풍"이라며 "모바일투표에서 높게 나온 것은 국민의힘의 개혁을 바라는 젊은 세대의 심판 투표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페이스북으로도 "어설프게 힘자랑하는 머슴들을 더는 두고보지 않겠단 엄중한 경고"라며 "이미 '윤핵관'의 왕국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후보는 여의도 캠프 사무실 기자회견 후 기자들에게 "제가 김 후보의 (KTX 울산역 역세권 땅) '부동산 비리' 관련된 얘기를 하면서 이게 핫(Hot)해진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당원 100% 투표인데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안 후보 측은 지난 3일 한 언론에서 폭로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들이 참여한 복수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마다 초대된 특정 인사들이 '김기현 지지, 안철수 비방' 내용의 홍보물을 지속 게재했다는 의혹 여론전을 이어갔다. 적어도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해명,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조사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종철 수석대변인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시민사회수석실 국민통합비서관실 등 소속 행정관 4명, 마포구 모 서울시의원의 실명을 거론했다. 또 이들이 일명 '마포 대통령실 방문 카톡방'과 '삼각지(용산) 카톡방' 등에 연달아 같은 인사들을 초대하면 이들이 홍보물을 유포하는 패턴이 반복됐다고 추가 폭로했다.
김도식 캠프 총괄본부장은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여론조작을 방조했다면 750만개 부정댓글을 통해 감옥에 가서 죄를 받은 문재인 수하 김경수·드루킹, 민주당 행위와 무엇이 다른지 다시 묻고 싶다"며 "정확히 대통령실 내부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명명백백히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 후보 캠프의 이종철 수석대변인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통령실 당대표 경선 개입 증거' 관련 긴급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기호 기자>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뽑는 3·8 전당대회 당원 투표가 진행 중인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당직자가 모바일 투표를 하고 있다.<공동취재·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