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ICT과학부장
![[안경애 칼럼] 통신 흔들기, 손익계산은 한 건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303/2023030602102269650001[1].jpg "[안경애 칼럼] 통신 흔들기, 손익계산은 한 건가")
정부, 여당의 분위기에 밝은 한 인사의 얘기다. 그는 KT 차기 대표 공모에 도전한 33인 중 한 명이지만 최종 4인에는 들지 못했다. KT는 최근 전·현직 임원 4명을 차기 대표 후보로 뽑았다가 정치권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 인사는 대통령이 통신업계에 대해 독과점 산업을 운운하며 경고를 할 때 새겨들었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특정 라인이 밀어주는 정치권 출신 한 후보가 강한 언론 플레이를 펼친 게 이런 사달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내놨다.
세계 통신업계가 혁신과 빅테크와의 전쟁에 몰두하는 때, 한국은 전혀 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상대는 정치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국민기업, 주인 없는 기업이란 논리로 엄연히 주주가 있는 기업을 마구 흔들고 있다.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국민도, 기업도 얻은 게 없어 보인다. 작년 10조가 넘었던 KT 기업가치는 8조 아래로 내려왔다. 수많은 국민들이 손실을 봤다. 10% 넘는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의 손실은 2000억이 넘는다. 전 국민들의 노후가 더 팍팍해진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날카롭다. 여당 의원들은 KT를 "이권 카르텔"이라고 공격했지만, 국민들은 그들을 "정치 카르텔"이라고 맞받는다.
최근 미국 정부는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빌미로 해외 기업에 족쇄가 될 규정을 들이밀면서 '납세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미국민들이 낸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철저히 미국민의 이익과 일자리만 보겠다는 것이다. 자국의 정치·외교·안보를 위해 경제적 수단을 활용하는 지경학 시대에 미국은 자국민과 자국 기업 보호에 열을 올리는데, 우리 정치는 대상을 잘못 잡은 게 틀림 없다.
정부의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움직임도 석연치 않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초고주파 5G 인프라 투자에 소홀하단 이유로 KT와 LG유플러스에 할당했던 주파수를 회수하면서, 이를 신규 사업자에게 줘서 메기 효과를 만들겠다고 했다. 고속·저지연 특성의 초고주파 대역에 맞는 서비스를 내놓는 틈새 사업자를 키우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통신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 49% 제한 규정까지 풀겠다고 한다. 정부의 러브콜에도 손 드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통신산업은 투자비용이 크면서 성장성에 한계가 있어 기업들이 쉽게 뛰어들기 힘들다.
앞서 정부는 7번이나 새로운 사업자를 찾았지만 모두 불발됐다. 미국도 독점 이슈 때문에 1984년 AT&T를 8개 회사로 분할했지만 그 구도가 오래 가지 않았다. 2019년에는 3, 4위 이통사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합병해 3강 체제가 됐다. 미 규제당국은 당시 합병을 승인하면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5G 인프라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국내에는 알뜰폰 점유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 토스모바일같이 규모 있는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서비스도 개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이통사가 나오면 일어날 부작용을 봐야 한다. 영세한 알뜰폰 사업자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통신시장에는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자라는 거대한 메기가 대기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정부에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신청해 2분기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당분간 틈새 서비스에 그치겠지만, 위성이 필수인 6G에서는 바뀔 수 있다.
이통 3사가 6G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여야 할 수도 있다. 지구 상공을 뒤덮은 스타링크 위성이 그동안 국가별로 쪼개져 있던 통신시장을 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 제한을 완화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짚어봐야 한다.
세계 각국이 내 국민, 내 기업을 지키는데 우리 정부만 거꾸로 가면 그 결과는 뻔하다. 정치가 기업뿐 아니라 국민까지 피해자로 만들어선 안 된다.
안경애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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