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 카르텔·구현모 아바타"
정부·여당의 힐난에도 강행
국민연금 등 주총서 반대 예상
이겨도 정치리스크에 가시밭길
정부·여당의 힐난에도 강행
국민연금 등 주총서 반대 예상
이겨도 정치리스크에 가시밭길
그런 만큼 앞으로 KT가 넘어야 할 관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주총 관문을 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공산이 높다. 현대차그룹과 신한금융지주는 KT 우호 지분으로 분류돼 왔지만, 두 기업 모두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표 대결시 찬성표를 던지기 힘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일 이달 말 열리는 주총에서 차기 대표 후보 안건이 부결되면 이사회는 다시 백지 상태에서 공모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직의 내홍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새 이사회의 진용을 어떻게 꾸리느냐에 따라 차기 대표 선출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외국인과 소액주주가 힘을 발휘할 지도 주목된다. 이들이 힘을 뭉쳐 KT 이사회의 손을 들어줄 경우 주총 표 대결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KT의 외국인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약 40%에 달하고, 소액주주 지분도 57%가 넘는다. 이미 일부 소액주주들이 온라인에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차기 대표 이슈에 대한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대표 인선 이슈로 인해 KT 주가가 수개월 만에 20% 이상 떨어지자 정치권에 대한 성토를 이어가고 있다.
주총 문턱을 넘더라도 새 대표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소원해진 정부·국회와의 관계 회복에 나서야 한다. 정부·여당을 비롯한 외부의 신임과 신뢰를 얻고 수개월간 이어진 대표 선임 이슈로 지친 내부를 달래고 정상화해야 한다. 지연된 조직개편과 인사도 서둘러야 한다. 통신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만큼 정부·여권과 불편한 관계가 지속된다면 제대로 경영을 하기 어려운 '식물 대표'가 될 수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KT 새 대표는 정부, 국회와 원활한 소통에 나서고 코드를 맞추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며 "정치적 잡음이 이어질 경우 기업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직과 인사를 재정비하는 것도 시급하다. KT는 대표 인선이 지연되면서 임원 인사를 포함해 조직개편을 하지 못했다. 이미 전열을 다진 경쟁사에 비해 뒤늦은 출발을 하는 셈이다.
KT스카이라이프, KT SAT 등 45개 자회사의 5만8000명 그룹 구성원, 연 매출 25조원에 달하는 거대 조직의 전열을 세우고 새 전략을 세워 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신임 대표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수다.
통신 산업에 산재한 리스크도 헤쳐가야 한다. 최근 이동통신사에 대한 정부 압력이 거세지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정부는 통신사를 대상으로 통신요금 인하 압박을 이어가고 있고, 이동통신 업계를 두고 '카르텔', '과점해소' 등을 거론하며 제4 이동통신사 설립을 밀어붙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동통신사의 요금체계와 지원금에 불공정 거래 여부가 있는지 점검한다며 전격적으로 통신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신임 KT 대표는 정부의 눈높이에 맞추면서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 기술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통신시장은 성장이 정체돼 있고, 5G와 6G 관련 투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에 가입자들이 가성비를 중시하면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통신사 간 출혈경쟁이 줄어들면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효과가 있지만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 부담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KT는 CAPEX(설비투자)에 2조7206억원을 투입돼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이동통신 3사 기준으로는 투자 규모가 가장 컸다. 5G 전국망 구축뿐 아니라 6G 준비에도 박차를 가해야 세계적인 6G 네트워크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만큼 올해도 네트워크 투자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산업·국가간 경계가 흐려진 가운데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을 펼쳐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임 대표는 파괴력 있는 신사업 전략을 세워서 이를 성장과 매출로 연결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구현모 대표가 임기 동안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것은 이 같은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챗GPT를 비롯한 AI(인공지능) 기술경쟁이 격화되고 있고 양자 기술은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낸 기존 산업구도를 완전히 뒤집을 파괴적 혁신 기술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KT는 단순히 통신사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빅테크, 국내 플랫폼 회사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 통신이 전통적인 내수산업이라는 과거 명제도 더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언제든 해외 기업이 국내에 진출해서 KT의 지위를 흔들 수 있다. 정부는 최근 제4 이통사 선정을 추진하면서 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49% 상한까지 풀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ICT업계 관계자는 "KT는 이제 단순히 통신사가 아니다. 반도체부터 AI,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디지털 서비스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사업을 영위하면서 수많은 국내외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면서 "국내 ICT 산업이 글로벌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시장을 확대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갖춘 KT 같은 기업의 혁신과 활약이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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