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렸던 인사인 전모 씨(64)가 세상을 떠났다. 9급 공무원 '늘공'인 전 모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비서실장, 행정기획국장 등으로 중용해 그와 함께 성장했고, 이 지사의 도지사 취임 직후에도 초대 비서실장이 될 정도로 가까웠다. 구체적인 그의 유서가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이 대표를 향해서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라"는 말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주변 인물 중 벌써 5명이 명을 달리했다. 지난 2021년 12월 10일에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같은 달 21일에는 같은 회사에서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김문기 전 개발 1처장이 유 본부장의 뒤를 따랐다. 지난해 1월 12일에는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처음 제보한 시민단체 대표가 서울의 한 모텔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고, 같은 해 7월 26일에는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의 핵심 인물 배모 씨의 지인인 4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김 전 처장의 경우 이 대표는 '모른다'고 했지만, 함께 등산을 다녔던 사진이 공개되며 거짓 해명 논란도 일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검찰의 사법살인'이라며 화살의 방향을 검찰로 틀었다. 이 대표는 9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특수부의 수사 대상이 된 사람들이 왜 자꾸 극단적 선택을 하겠느냐"면서 "없는 사실을 조작해 자꾸 증거를 만들어 들이대니, 빠져나갈 길은 없고 억울하니 결국 극단적 선택 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국가 권력을 정치 보복에 사용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인가"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바로 5년 전 정 반대의 입장에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을 수사하는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 과정에서도 조진래 전 의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김 모 임원, 국정원 소속 정 모 변호사,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 정확히 5명이 세상을 떠났으나 민주당은 이들의 신변 변화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훗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를 떠올리며 '윤석열 검찰은 해방 후 가장 강력한 검찰'이라고 술회했고, 국민의힘에서는 장제원 의원 등이 "지나친 압박수사에 사람이 죽어 나간다"고 호소했으나 민주당은 철저히 외면했다. 어느 누구도 이 대표처럼 말한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수파괴'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윤 대통령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등 더욱 힘을 실어줬다. 윤 대통령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입장은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의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말에 따라 조국 법무부 장관 주변을 수사하고 나서야 180도 바뀌었다. 이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주력하는 대부분의 검찰 수사의 중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죄가 있다면 벌을 받아야 하고, 억울한 사람이 있다면 누명을 벗어야 한다. 그러나 그 판단은 보수도 진보도 아닌 독립적인 사법부에서 나와야 한다.
민주당이 오히려 반문해야 한다. 정치권력의 독재를 반대한다는 구호 아래 검찰 독재에 가까운 힘을 실어준 것이 본인들은 아니었는지. 또한 적폐 수사는 잘못한 사람에게 잘못한 만큼의 벌을 적절하게 준 것이었는지. 혹시 적폐청산의 업적을 부풀리고 정치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 과도하게 수사를 벌인 것을 못 본 체 한 것은 아니었는지.
이렇게 보면 이 대표 말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들린다. "국가 권력을 정치 보복에 사용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인가."임재섭기자 yjs@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