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가 진행될 때마다 운수권과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을 반납하는 것 자체가 한국의 항공산업을 약화시키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또 최근 불거진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 사태를 지적하며 독과점의 폐해도 우려하고 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발표하고 "항공 주권을 포기하는 기업결합(은) 문제가 있다"며 "산업은행은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밝혔다. 노조는 최근 대한항공이 중국과 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승인받는 과정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노조는 "이런 추세라면 EU에서 2단계 심층조사로 진행하는 만큼 추가로 요청하는 운수권·슬롯이 예상되고 미국,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과연 어디까지 내어줄 것인가"라고 밝혔다. 이어 "항공 운수권과 슬롯은 항공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며 동시에 국가자산"이라고 부연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지난 2021년 7월에는 대한항공이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계획안을 산업은행이 3개월 만에 최종 확정하자 정작 노동자 당사자들이 배제됐다며 노사정 협의체를 요구하며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노조는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운수권·슬롯 이전이 노동자들의 고용 위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별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노조는 최근 불거진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사태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기업결합이 마무리되면 이와 같은 독과점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기업 독과점의 피해는 단적으로 최근 마일리지 개편 사태에서도 알 수 있다"며 "국토부의 개입으로 수면 밑으로 내려갔지만 독점 이후 국토부가 모든 사안에 대해 개입할 수는 없기 때문에 피해는 모두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오는 4월부터 지역별로 구분되던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실제 운항거리별로 나눠 세분화하는 개편안을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장거리 항공권 발권과 좌석 승급에 필요한 마일리지가 기존 대비 크게 늘어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여당까지 나서서면서 대한항공 측은 마일리지 개편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조는 끝으로 "결국 2개의 대형항공사와 3개의 저비용항공사를 가지게 되는 재벌은 항공산업의 독과점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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