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야당 저격수 자리매김
원희룡, 尹지지율 반등 이끌어
오세훈, 개발·복지정책에 속도
차기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의도 밖 잠룡들의 행보에도 눈길이 간다. 한동훈 법무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도 몸 풀기에 나선 모양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공방일체에 對野 존재감…총선부터 보폭 넓히나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인 한 장관은 국회에 등판할 때마다 야당 의원들과의 정면 충돌을 통해 '제1야당 저격수'로 자리매김했다. 국회서 '마약·조폭 수사'와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공세를 즉시 받아쳐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자체장 시절 개발행정 비리 혐의를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정국에서 장외 설전도 주도한다.
'야당 탄압'이라는 프레임을 오히려 정치색을 배제한 '범죄와의 전쟁' 논리로 돌파한다. 다만 '아들 학교폭력 무마 소송' 논란에 국가수사본부장직 임명 직후 철회된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검증 부실'이 치부로 떠올랐는데, 선제적인 "정무적인 책임"을 인정해 확전을 막는 대응을 했다. 정치경험 부재에도 이미 여론전에 특화된 실력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여권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하다는 거론되는 배경이다. 여당 정치인들로부터 총선 진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한 장관은 부처 업무 차원의 보폭도 넓히고 있다. 법무부 5대 핵심정책 중 하나인 이민청 신설을 위해 오는 15일까지 일주일 넘는 해외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자난 8일(현지시간) 첫 행선지로 프랑스의 이민정책 주무부처인 내무·해외영토부를 찾아 양국의 이민문제 대책 협력을 논의했다. 9~10일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법무안전부와 이민귀화청을 방문했고, 13~14일엔 독일 베를린의 연방내무부, 뉘른베르크의 연방이민난민청을 찾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尹 정부 지지율 끌어올린 역할 톡톡히 해내
내각의 또 다른 잠룡인 원 장관의 행보도 눈에 띈다. 원 장관은 검사 출신으로, 16~18대 국회 내리 3선 및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연임 경력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 시절 '소장파'였던 그는 현 여권의 주류 반열에 올랐다.
윤 대통령과 가장 먼저 손잡으며 중앙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과 대통령직인수위 기획위원장을 맡아 정책공약 설계를 주도했다.
첫 국토부 장관직에 오른 원 장관은 정치경력 중 상대적으로 부족하던 건설·부동산 분야의 앙행정 경험을 쌓는 한편 윤 대통령의 기조에 맞춰 부동산 규제완화의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임기 초엔 전임 정부까지 누적된 규제를 하나 둘씩 걷어내는 수준이었으나, 집값 하락 반전후 거래 절벽으로까지 이어지자 올초 대대적인 규제지역 해제에 정비사업 규제 완화 카드까지 꺼내면서 부동산시장 연착륙에 주력 중이다.
지난해 화물연대본부 집단운송거부를 비롯한 민주노총 계열 노조의 동투(冬鬪) 대응 전면에 서면서 사실상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 반등에 기여하고, 국민의힘 대표 경선 출마 가능성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최근에도 윤 대통령과 함께 민주노총 건설노조 불법행위를 "건폭"으로 규정, SNS·현장행보 등 여론전을 불사하는 모습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악성임대인 전세사기, 열차 사고, 터널 화재 등 사회 현안마다 주무부처장으로서 적극 뛰어드는 모습도 보인다.
원 장관은 또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장을 맡아 중동지역 수주 확대에도 분주하다. 연말연초 민간기업과 함께 '원팀 코리아'를 꾸려 한국과 중동을 바삐 오가며 사우디 주요 정부 인사와 네옴시티 등 핵심 발주처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원 장관은 지난해 말 서울 마포구에서 동작구로 이사한 것을 총선 출마로 연결짓자 "개인적인 사유로 주거지를 옮긴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개발·복지 두 마리 토끼 노린 오세훈 서울시장…'중도 어필'도 무기
여권 유력 잠룡인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재선 시절 시장직을 걸고 학교 무상급식 찬반투표를 추진했다가 '투표율 미달'로 자진사퇴한 쓰린 과거가 있다. 하지만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를 꺾어 야권단일후보가 됐고, 본선에서도 서울시 425개동(洞) 모두에서 박영선 당시 민주당 후보의 득표를 앞서는 기록을 세우며 3선 시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해 최초의 서울시장 4선(選)에 올라 차기 대권 도전이 유력해졌다. 지난해 6·1 지방선거 결과 오 시장은 여당 과반의 서울시의회 출범으로 시정 동력까지 확보한 상황이다. 연임 이후 규제 완화, 복합개발 행정에 박차를 가했고 '약자와의 동행' 기조를 내세우며 사회적 약자 정책도 펼치고 있다. '발전과 복지'를 모두 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은 우선 재건축·재개발 등에 소극적이었던 전임 고(故) 박원순 시장과 달리 부임 이후 층수규제 완화, 토지 종상향 등 정비사업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비욘드 조닝'이란 개념을 도입해 기존의 규제를 완전히 배제한 개발을 가능케 했다.
'한강르네상스 2.0'을 통해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도 조성한다. 서울링, 용산정비창 복합개발, 잠실마이스 등으로 뚜렷한 족적을 남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잠룡으로서 임기 내 성과 여부가 주목되는데, 대규모 건설사업에 대한 주민 반대와 인·허가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변수로 거론된다.
저소득층을 위한다는 게 통념이던 임대주택은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하계5단지를 시작으로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를 60㎡이상의 중형 임대 아파트로 조성해 복지와 개발을 조율한다. '부(負)의 소득세' 개념에서 착안한 '서울시 안심소득' 실험과, 공공임대·토지임대부주택 등 복지정책에도 속도를 낸다.
대체로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의 책임 실현에 주력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나, 보수여권 지지층의 평가가 주요 관심사다. 안심소득 확대 등은 실현 가능성과 포퓰리즘 논쟁에 부딪힐 수 있다.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운행 방해를 통한 권리예산 반영 선전전, 이태원 압사 참사 유가족협의회의 추모공간 설치 요구 등에 정부·여당보다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에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만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 만성 적자에도 "도시철도 무임수송제에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 책임론으로 기획재정부와 각을 세웠다. 버스 지하철 요금인상도 정부 지원를 압박하며 밀어붙일 태세다. 이미연·한기호·김남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