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바짝 다가온 가운데 올해 주총장에서는 기업들의 인적분할이 가장 '뜨거운' 화제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기업의 물적분할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하면서 기업들은 인적분할 방식을 통한 우회적 개편을 택한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꼼수'라고 반발했지만 증권가에서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체제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OCI, 대한제강, 동국제강, 조선내화, 이수화학 등 5곳이다.
OCI는 주력사업을 인적분할해 지주회사인 OCI홀딩스(존속법인)와 OCI(신설법인)로 나눈 뒤 이후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신설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대한제강 역시 철강사업 투자회사 디에이치오(지주회사)와 철강 회사 대한제강(사업회사)으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진행한다.
동국제강도 동국홀딩스(지주회사)를 존속회사로 해 열연사업와 냉연사업을 각각 담당하는 동국제강(사업회사), 동국씨엠(사업회사) 등 총 3개 회사로 분할하는 안건을 5월17일 임시 주총에서 상정한다. 조선내화는 조선내화홀딩스(지주회사), 조선내화(사업회사)로 분리하는 방식의 인적분할 안건을 주총 표결에 부친다.
이들 기업의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인적분할 추진에 대한 찬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최근 현대백화점 임시 주총에서 인적분할 안건이 부결되면서 주총장엔 긴장감이 더해졌다.
최근 몇년간 주식시장엔 대림산업, LG화학, 만도, SK이노베이션, CJ ENM, NHN 등 물적분할이 유행처럼 번졌다. 물적분할한 신설법인이 상장하면 기존 주주 지분은 희석돼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는 일이 잦아졌다. '쪼개기 상장'에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이 이를 제재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일부 기업이 고성장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단기간 내 상장하면서, 일반 주주의 주주권 상실과 주가 하락 등 피해가 있었다며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상장기업의 물적분할에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 이전의 주가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현실적으로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체제 개편이 어렵게 되자 지주사 전환을 계획하던 기업들은 인적분할로 경로를 바꿨다. 기존 회사(모회사)가 신설회사(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하게 되는 물적분할과는 달리 인적분할을 하면 나뉘어진 두 회사는 서로 지분을 보유하지 않는다. 인적분할한 신설회사의 주주 구성비율과 기존회사의 주주 구성비율이 동일하다. 인적분할을 하면 기존 주주들도 신설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어 대체로 긍정적 재료로 평가된다.
하지만 인적분할 과정에서도 중장기적으로 대주주 지배력이 높아지는 반면, 소액 주주 지분은 희석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현재 OCI·대한제강·동국제강·조선내화 등도 모두 인적분할이 좌절된 현대백화점의 계획과 같이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한 구조개편 계획을 내놓고 있다.
올해 2월 임시 주주총회에 인적분할 안건을 상정한 현대백화점은 해당 안건이 특별결의 요건(찬성률 66.7%)에 약 1.7%에 미달하며 통과하지 못했다고 알렸다. 회사의 분할은 주주들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특별결의 사안이다. 지분 8%를 보유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이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적분할의 목적과 배경, 주주환원책 등에 대해 따져보면, 주주에게도 유리한 경우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OCI의 경우 인적분할을 통해 그간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사업부 가치가 부각될 전망"이라며 "사업회사 분할 상장 후 양사 합산 시가총액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OCI의 사업 가운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은 지주회사가 맡고, 사업회사는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등 첨단 화학소재 사업을 가져가게 된다. OCI는 이달 22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을 상정한다. 분할 비율은 OCI홀딩스 68.81%, OCI 31.18%다.
현 OCI 주주들은 OCI홀딩스와 OCI의 지분을 동일하게 보유한다. 강 연구원은 "5월 인적분할 전 매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OCI는 22일 주주총회를 거쳐 5월1일 인적분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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