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지 입주·인프라 미비 등 악재
이젠 4억대 매물도 없어서 못 팔아
공인중개사 "전화 쇄도, 정신 없다"
토지거래허가제 묶여 한계 지적도
이젠 4억대 매물도 없어서 못 팔아
공인중개사 "전화 쇄도, 정신 없다"
토지거래허가제 묶여 한계 지적도
대단지 입주여파로 반값 전세와 기반시설 미비로 한때 '한숨시티'라고까지 불렸던 경기 용인시 처인구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에 급작스런 환성이 퍼지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15일 용인 남사읍에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해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 곳에 20년간 300조원을 투입해 시스템반도체 라인 5개를 짓는다. 삼성이 평택 캠퍼스 발표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새로운 생산기지다.
남사읍에 대규모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이 조성되면 용인시는 △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원삼 반도체 클러스터)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남사 국가첨단산단) △차세대 반도체 연구 허브(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소재·부품·장비 기업 클러스터(원삼·남사 클러스터와 기흥 플랫폼시티)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도시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클러스터 예정지 인근의 대단지가 들썩이고 있다. 6800세대 규모의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단지가 그 주인공이다. 한 부동산관련 앱에서는 처인구 남사읍(지역)과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단지)가 '실시간 인기 아파트' 1순위로 순식간에 치고 올라섰고, 16일 오후에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평시에는 이 단지 검색량이 50여명 수준에 그쳤는데, 현재 5000여명에 가까운 인원이 이 곳을 둘러보고 있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최근 실거래가는 3억 5000만원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직거래이긴 하지만 올해 2월에는 3억원 거래가 신고되기도 했다. 한때 6억원(6단지, 2022년 5월)에 거래되기도 했던 단지지만 좀처럼 가격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제 호재 발표로 집주인들이 기존에 내놨던 매물 가격을 올리거나 아예 거두고 있다.
단지 내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어제부터 집주인들과 매수자들의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정신이 없다. 매물가격 메모는 커녕 등록할 시간도 없는 상황"이라며 "집주인들은 3억원대였던 전용 59㎡는 3억 5000만원대로, 4억원대 전용 84㎡는 4억원 중반에서 5억원 가까운 가격까지 올렸는데 매수자들은 4억원대를 찾고 있어 거래가 안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공인중개사는 "최근 실거래로 신고된 전용 84㎡의 3억 5000만원대 물건은 이미 다 나갔다. 특례보금자리론(대출) 나오고 나서 2월 초까지만 볼 수 있었던 가격"이라며 "매수자가 올라와있던 가격을 마음에 들어해서 집주인에게 연락했더니 어제 호재발표 때문인지 갑자기 고민을 좀 더 해보겠다고 해 매매를 미뤘다"고 말했다.
급매가 소진된데다 초대형 호재발표에 대단지인데도 당분간 거래가 쉽게 형성되진 못할 전망이다. 급작스럽게 매도자우위 시장으로 전환됐고, 당장 오는 20일부터 2026년 3월 19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발동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15일 국가산업단지 사업예정지 및 그 인근 지역인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 총 129.48㎢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초대형 호재인만큼 장기 프로젝트라 단기간 가격이 급등할 수도 있겠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형 호재로 시세가 더 오를 수는 있겠지만 장기 사업이고 해당 지역은 조만간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인다. 때문에 급등한 호가는 조심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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