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성추행으로 피소됐는데 민주열사 추대는 말이 안 된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가중하는 행위"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공동묘지인 모란공원엔 명망 있는 민주화·노동운동가들이 주로 안장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67개 여성·인권단체들은 전날 박원순 전 시장의 묘역 이장 소식에 관한 성명문을 발표하고 "성폭력 문제제기 이후 훼손된 (박 전 시장) '명예'의 복구를 민주·진보의 이름으로 실행하려는 것"이라며 "무의미한 행보로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중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해당 단체들은 그간 피해 여비서가 박 전 시장의 지지자 및 유족 측으로부터 "끊임없는 2차 피해"에 시달려왔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어 "박 전 시장 사건은 우리 사회에 소위 진보진영의 성인지 인식과 실천에 대한 근본적 성찰의 필요성을 던졌다. 사건 발생 3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그 필요성에 얼마나 응답했는가를 돌아보고 점검할 때"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열사 묘역 안장 기준은 무엇인가"라며 묘역 이장의 정당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의 생전 소속 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묘역 이장과 관련해 별도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정의당 측에선 묘역 이장에 대한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모란공원 민주열사 추모비에는 '만인을 위한 꿈을 하늘 아닌 땅에서 이루고자 한 청춘들 누웠나니'라는 문구가 있다"면서 "박원순 전 시장 묘소의 모란공원 이장은, 아직도 2차 가해로 고통 받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만인'에서 예외로 하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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