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대출자 10명 가운데 6명이 3개(기관·상품) 이상의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들이 받은 대출은 1019조8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에 처음 1000조원을 돌파한 뒤 계속 불어나 4분기에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대출 종류별로는 사업자대출이 670조원, 가계대출이 348조원을 넘었다. 특히 3개 이상의 대출로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전체 자영업 대출자의 56.4%, 17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절반 이상이 다중채무자인 셈이다. 이들 다중채무자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2000만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다중채무자의 연평균 이자는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했다면 1인당 76만원, 기준금리 인상 폭인 3%포인트 올랐다면 908만원 불어난 것으로 계산됐다. 자영업자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된다면 한꺼번에 부실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커지는 대목이다. 아직까지 유예 조치가 계속 연장되는 덕분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특단 조치가 추가로 없다면 폭탄은 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경기침체의 고통이 더 커질 전망이다. 고물가는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이는 경영악화로 이어져 자영업자들의 채무상환 능력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다. 다중채무 문제가 고금리, 경기 둔화와와 겹치면서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 다중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방치하면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라도 금융권 부실로 번진다면 가뜩이나 흔들리는 나라 경제는 치명타를 입게된다. 화를 키워선 안된다. 금융당국은 자영업 다중채무자들의 채무상환 능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이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부채를 갖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도덕적 해이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준의 적절하고 정교한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은행 등 금융권도 적극 동참해 '시한폭탄' 자영업 다중채무자들의 연착륙을 이끌어내야 한다.
![[사설] 다중채무 절반 이상이 자영업자, 방치하면 금융위기 온다](//contents.dt.co.kr/images/202304/2023040402102369061002[1].jpg "[사설] 다중채무 절반 이상이 자영업자, 방치하면 금융위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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