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 중인는 애플이 17일(현지시간) 연 4.15%의 이자가 붙는 '애플 카드 저축계좌'를 내놨다. 미국 전역의 저축성 예금 평균 이자보다 10배 이상 높은 금리다. 지난해 10월 골드만삭스와 협력해 저축계좌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힌 지 6개월 만이다. 이자가 낮은 은행에서 예금이 대거 이탈하는 상황에서 애플이 금융시장을 뒤흔들 복병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애플은 골드만삭스와 협력해 애플카드 사용자에게 저축계좌를 제공한다. 이 계좌에는 애플카드를 사용하고 캐시백으로 받는 '데일리 캐쉬'가 적립된다. 사용자는 연결된 은행계좌로 저축계좌에 추가 입금도 할 수 있다. 입금 한도는 25만달러다.
계좌에 쌓은 데일리 캐쉬를 은행계좌로 이체해 현금화도 가능하다. 이자율은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계좌에는 수수료, 최소 예치금, 최소 잔액 등의 조건이 없다고 애플은 설명했다.
4.15% 금리는 저축성 예금의 전국 평균보다 10배 이상 높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저축성예금의 연 이자율은 0.35%다. 연 3.75%를 제공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연 3.9%인 골드만삭스의 독립형 저축계좌보다 높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 전반에 지각변동을 몰고 오는 게 아니냐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애플 카드 저축 계좌는 미국 내 신용 승인을 받은 애플 카드 발급자들에 한해 개설된다. 다른 국가로의 서비스 확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은행들은 예금 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찰스슈왑, 스테이트스트리트, M&T 등 미국 대형 금융회사들의 올해 1분기 예금 인출 규모는 600억 달러(약 79조원)에 이른다. 찰스슈왑의 경우 1분기 예금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미국 상업은행에서 빠져나간 예금 규모는 약 8000억달러에 달한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인출된 예금은 머니마켓펀드(MMF) 같은 고수익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애플의 공격 경영은 은행들에 새로운 위협 신호가 될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애플은 그동안 금융 서비스 확대를 추진해왔다. 아이폰 등 제품 판매와 앱스토어 등을 더하고 금융상품까지 연계하면 애플 생태계를 더 공고하게 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애플은 지난달에 선구매 후결제(BNPL) 서비스를 출시했다. 애플카드로 구매하면 6주 동안 4회에 걸쳐 이자나 수수료 없이 대금을 지불할 수 있다. 제니퍼 베일리 애플 부사장은 "우리 목표는 사용자가 건강한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금융 서비스가 향후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확대하고 있다. 애플의 금융 서비스는 2015년 매출의 10%도 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그러나 애플의 금융 서비스 확대가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간편결제서비스 애플페이를 이용해 '선구매 후지불'할 수 있는 '애플페이 레이터'(Apple Pay Later)는 지난달 출시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고, 저축 계좌 자체도 발표 후 약 6개월이 지나서야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애플은 지난달 21일 한국에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 이후 3주 만에 가입자 수 2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