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파문으로 비명(비이재명)계의 거센 비판 목소리에 직면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당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이슈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비명계 사이에는 총선 필패론에 대한 위기감이 감지된다. 여론마저 악화되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론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18일 한 라디오에 나와 돈봉투 의혹에 대해 "옛날 같으면 이 정도 일이면 벌써 당이 난리가 났다"며 "윤리 기준에 대한 감각이 엄청 퇴화돼있다"고 직격했다.
이어 "우리가 지금까지 그런(사법리스크) 논란들이 많았다"며 "옛날 같으면 지도부가 8시 뉴스가 나오면 9시에 바로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해서 조치를 발표하고 이렇게 갔어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진상파악을 수사기관에 맡긴 것도 비판했다. 특히 '돈봉투 의혹' 수사선상에 올라간 의원들에 대해 "무죄 가능성도 있으나 기소 자체만으로 국민에게 불신의 대상이 되니까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장애가 된다"며 "우선 물러나있다가 무죄가 확인되면 원상복귀 시키는 정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무감각하고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엉망'이라는 불신을 쌓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내에선 이미 1년 앞으도 다가온 총선에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비명계 재선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돈봉투가 돌았다는 의혹만으로도 이미 국민들은 의구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며 "무조건 사죄하고 조치할 것은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입시 비리와 관련된 '조국 전 장관 일가 의혹'이 민주당의 대선·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진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대위 전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또 다시 이 대표가 거론되는 사건이 대두해서다.
돈봉투 의혹이 일은 2021년 전당대회에선 친명(친이재명)계가 송영길 전 대표를, 지난 대선 경선 때는 송 전 대표가 사실상 이 대표를 지원한다며 '이심송심'(李心宋心) 논란이 제기된바 있다. 이 논란은 이 대표가 대선 패배 후 송 전 대표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선거에 출마하면서 거듭 불거진 상태다.
한 비명계 의원은 "정부 여당도 외교성과 논란이나 도·감청 논란 등 여러 문제가 있지만 민주당도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시각이 있다"며 "이런 여론이 지속되면 현 지도부에 대한 반발이 거세질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당장 비대위 요구가 거세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비명계 의원들의 중론이다. 당직 개편으로 인해 계파 갈등이 수면 아래로 들어간 상황이고, 돈 봉투 의혹 문제가 계파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만 '돈 봉투 의혹'이 향후 당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민주당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혀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지율까지 떨어지고 총선 위기 신호가 오면 비대위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돈봉투 의혹'과 관련한 인물 혹은 의원들에게 어떤 조치를 내리느랴도 관건"이라며 "조치가 미비하다면 지도부가 큰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세희·임재섭기자 saehee0127@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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