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광고·블로거들 동원해 고객 유인
백화점보다 10~60% 싸게 판다고 속여
피해자 170여명, 피해금액 억대 추산
70여명은 거주지 경찰서에 신고
백화점보다 10~60% 싸게 판다고 속여
피해자 170여명, 피해금액 억대 추산
70여명은 거주지 경찰서에 신고
전국에 걸쳐 피해자만 170여명에 이르며, 피해금액도 2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8일 경찰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이달 초까지 전국의 피해자 170여명은 구찌, 루이비통, 샤넬, 입생로랑, 디올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구매를 대행해주는 인터넷 쇼핑몰 이엔지(ENZ)에 물품 대금을 지급했지만 물건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지급한 금액은 1인당 평균 100만원이고, 총액은 1억7000만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이 지급한 금액은 1000만원에 달한다.
유모씨 명의로 된 이앤지는 지난 1월 온라인 매장을 열고 광고를 시작, 2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으며 이달 초 고객들과 연락을 끊었다.
이엔지는 그동안 해외 공급업체와 직접 계약해 백화점보다 제품가격이 10∼60%가량 싸다고 홍보했다. 고객의 돈을 받은 뒤에는 "물건이 배로 들어온다", "인기 상품이 1차 검수에서 불합격돼 다시 검수하느라 시간이 걸린다"는 등 갖은 핑계를 댔지만 2∼3개월 동안 물건을 전달하지 않았다.
일부 고객에게는 실제로 명품을 전달, 쇼핑몰에 사진과 후기 등을 올리도록 했고, 다른 한편으로 블로거들을 이용해 쇼핑몰을 홍보함으로써 고객들의 의심을 잠재웠다.
그러다가 이달 초 이엔지의 유모 대표가 잠적하자, 피해자들은 그제서야 사기를 당했음을 알게 됐다. 피해자 중 한명이 지난 10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한 후, 하루 만에 100명의 피해자가 모였다. 피해자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채팅방에서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 중이며, 피해자의 절반 가량이 거주지 인근 경찰서에 신고를 마쳤다.
상당수는 생업이 바빠 아직 경찰서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 사례를 접수한 경찰서들은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 걸쳐 있어 곧 사건을 한 곳으로 취합해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피해자는 이엔지의 경기도 일산 사무실을 직접 방문했다. 해당 사무실은 공용 공간의 작은 방 한칸을 빌려 주소만 올려놓았으며, 임대 계약도 6월 말까지로 돼 있었다고 한다. 이엔지는 처음부터 사기행각을 벌일 목적으로 설립됐다는 게 피해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피해자 A씨는 "어버이날 선물로 가방을 사드릴려다가 사기를 당했다"며 "쇼핑몰 사이트의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해도 전화가 꺼져있고 문자와 카톡, Q/A 게시판에 글을 올려도 아무런 답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엔지의 광고가 아직도 포털에 올려져 있어 피해자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피해자는 "인터넷 시대에 대부분 소비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데 이런 사기 행각이 너무 쉽게 이뤄진다"며 "정부 기관이나 경찰의 사이버수사의 대응이 늦어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 피해자는 "처음 제품을 구입했을 때 늦게 배송되긴 감정 결과 정품으로 입증돼 사기일 거라는 생각을 못 했다. 두번째는 여러 제품을 다량 구매했는데 업자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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