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내섬 황구렁이`...고목에 사는 멸종위기종 화제

입력: 2023-05-17 07:40 김화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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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섬 입구 느티나무 가지에서 쉬고 있는 황구렁이. 나이가 15살 정도로 추정된다. 김화균 기자

비내섬 느티나무에 서식 중인 황구렁이 어미가 탈피 후 남긴 껍질. 김화균 기자

충북 충주시 앙성면 남한강에 자리한 비내섬. 이 섬 입구의 고목에 황구렁이 여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있는 것이 목격됐다. 황구렁이는 멸종위기종 2급. 그만큼 실물을 영접(?)하기가 쉽지 않다. 비내도를 찾는 관광객 등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고 있다.

토요일인 지난 13일 오전 10시 30분. 비내섬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산만한 느티나무 가지에 보일락 말락 황구렁이 한마리가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황구렁이는 나무 속 큰 구멍에서 나와 가지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듯 보였다. 한 시간 쯤 지났을까. 황구렁이는 서서히 몸을 움직이더니 구멍속으로 사라졌다.

주민 등에 따르면 이 나무에서 황구렁이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 어미 한마리와 새끼 5마리 등 6마리가 서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소측은 어미 황구렁이가 대략 15살 정도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황구렁이 가족은 나무 구멍 등에 서식하며 면 낮에는 휴식을 취한다. 인적이 끊어진 밤에는 나무에서 내려와 주변 숲 등에서 새와 쥐를 잡아 먹으면 살고 있다고 한다.

"구렁이 껍질 본 적이 있으신가요?"

비내섬의 자연을 지킴이겸 알림이인 우단호 자연환경해설사는 황구렁이가 탈피 후 남긴 껍질을 꺼내와 보여줬다. 1m가 조금 넘는 껍질은 빛이 바랬지만 약간 누런색을 띄고 있었다. 우단호 해설사는 "황구렁이는 행운의 상징이라며 이곳을 찾는 분들이 신기해한다"고 말했다.

이날 비내섬을 찾은 곡물기업 씨알푸드 정덕상 대표는 "작년에도 비내섬을 찾았는 데 황구렁이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복권이라도 사야 겠다"고 즐거워했다.

황구렁이는 뱀목·뱀과에 속하는 파충류로 한반도, 중국, 러시아 일대에 서식한다. 한국에서 사는 뱀 중 가장 큰 뱀으로 길이가 1.5~1.8m에 달하고 큰 것은 2m까지도 자란다. 간혹 3m에 육박하는 황구렁이를 봤다는 목격담도 간간히 나온다고 한다.

옛날 이야기를 늘어놓아 보자.

황구렁이는 과거 우리네와 한 집에 공존했다. 초가집 지붕이나 집 근처 노적가리 등에 살았다. 사실상 한식구인 셈. 주로 쥐를 잡아먹고 살아 영물, 혹은 수호신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던 황구렁이는 과거 정권의 캠페인과 인간의 탐욕에 우리네 집에서 ？겨나거나 죽임을 당했다.

퇴출 주범은 새마을운동과 '구서운동'(쥐잡기 운동). '잘살아보세'라는 구호와 함께 초가지붕은 슬레이트나 기와로 바뀌었다. 더 이상 집에는 황구렁이가 살 곳이 사라졌다. 여기에 전국적으로 진행된 쥐잡기 운동 속에 쥐약을 먹은 쥐를 잡은 황구렁이가 곳곳에서 폐사하며 멸종의 위기에 내몰렸다.

'정력에 좋다'는 인간의 욕심은 황구렁이의 씨를 아예 말려버렸다. 우단호 해설사는 "이곳의 황구렁이 가족만이라도 오래오래 우리 곁에 머물렀으면 좋겠다"면서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황구렁이 가족은 '비내섬 지킴이'다. 이들이 보호하는(?) 비내섬은 남한강 한가운데 퇴적물에 자갈, 모래 등이 쌓이면서 형성된 섬이다. 서울 여의도와 흡사하다. 면적도 서울 여의도의 2/3 정도 크기다. 특이하게 섬 안에 작은 호수가 형성돼 있다.

주변 마을주민들은 예전부터 이곳에 무성히 자라고 있는 갈대와 풀 등을 베어내어 가축 먹이 등으로 주곤 했다고 한다. '베어낸다'의 이 곳말이 '비어내다'이고, 그래서 '비내섬'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5년전까지 미군 훈련장으로 사용됐다. 비내섬 입구에는 '한미군사훈련지역', '민간인 출입금지' 문구가 영어와 한글이 적힌 안내판이 남아있다.

비내섬은 현빈과 손예진의 합을 맞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이기도 하다. 섬 안에는 이제는 부부가 된 이들의 흔적을 안내판속 사진으로 볼 수있다.

★비내섬은 보호구역이라 캠핑을 할 수없다. 인근에 민간 캠핑장은 있다. 입구에 넓지 않은 주차공간도 있다.

비내섬(충주)=김화균기자 hwakyu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