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창살 없는 곳에 감시인력도 배치 안해
10명 도망가는 동안 인원파악 못해
경찰, 감시 태만에 관리지침 위반 등 조사 병행
10명 도망가는 동안 인원파악 못해
경찰, 감시 태만에 관리지침 위반 등 조사 병행
유례 없는 경찰지구대 외국인 집단탈주 사건이 현장 경찰관들의 안일한 대응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 지탄받고 있다.
11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새벽 광산구 월곡지구대 회의실에서 베트남 국적 도박 피의자 10명이 도주했다. 이들이 빠져나간 지점은 열었을 때 20㎝ 남짓 벌어지는 창틈이었다.
앞서 경찰은 이날 새벽 3시쯤 112 전화로 '외국인들이 모여 도박한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베트남인 총 23명을 광산구 월곡동 주택가 현장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베트남인들이 연행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통제에 잘 따르자, 이들에게 수갑을 채우지 않았다. 이후 신원 확인 등 기초 조사를 위해 베트남인을 전원 월곡지구대로 임의동행해 공간이 넓은 회의실에 대기하도록 했다.
지구대 회의실에는 바깥으로 밀면 15도가량 열리는 공기 순환 목적의 시스템 창문이 있었다. 피의자 도주 방지를 위한 창살은 따로 없었다. 또한 피의자 관리 시설이 아닌 경찰 업무공간이어서 감시용 CCTV도 없었다. 경찰은 베트남인들이 조사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이자 회의실에 감시 인력도 따로 배치하지 않았다.
당시 월곡지구대에선 지구대 근무 1개 팀, 지원 나온 형사 등 10여 명의 경찰관이 피의자 23명을 관리했다.
경찰은 베트남인을 차례로 회의실 밖으로 불러내 신원, 도박 방식, 도박자금 규모 등을 파악했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은 데다 인원까지 많은 탓에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조사가 이뤄졌다.
그런 가운데 대기 인원 중 한 명이 창틈으로 머리와 몸을 빼내는 데 성공하자, 나머지 9명도 같은 방법으로 한 사람씩 슬금슬금 빠져나갔다.
경찰은 조사 공간과 회의실을 오가며 이들을 관리하던 중에도 회의실 안에 있던 검거 인원을 점검하지 않아 외국인 상당수가 도망친 후인 오전 6시 40분쯤에야 집단탈주 사실을 파악했다.
이날 도박 혐의로 연행된 베트남인 23명에는 불법체류자와 합법체류자가 섞여 있었다. 달아난 10명은 불법체류자 6명과 합법체류자 4명이다.
이들은 범죄 혐의로 인한 강제 추방을 두려워해 도망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이들의 신원을 모두 파악하고 거주지 등을 중심으로 추적 중이다. 감시 태만 또는 피의자 관리 지침 위반 등 현장 경찰관들의 과실 여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광산경찰서 산하 파출소에선 지난해 7월에도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된 30대 남성이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갑도 채우지 않고 경찰관 1명만 동행해 파출소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허락했다가 벌어진 일이다. 도주한 남성은 7시간여만에 다시 체포됐고, 책임있는 경찰관 2명은 불문경고 처분을 받았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