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 도금작업에 로봇 활용
수작업 비율 80% 이상 감소
터널시공·용접 로봇 도입도
"포항·광양제철소 100대 적용"
"포스코그룹은 로봇을 통해 안전한 현장을 만들고 지능화·무인화로 생산성과 품질 수준을 높이고 있다. 포스코DX는 로봇 자동화를 성장동력으로 삼아 기업과 현장 모두에 가치를 제공하겠다."
정덕균 포스코DX 대표는 15일 열린 '포스코그룹 로봇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DX를 중심으로 고위험·고강도 현장에 산업용 로봇을 적용, 안전한 작업환경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더해 3D업종 기피현상으로 인해 기업들이 일할 사람 부족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혁신기술로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로봇은 용도에 따라 로봇청소기 등 개인서비스 로봇, 물류나 서빙 등 전문서비스 로봇, 제조현장에 쓰이는 산업용 로봇으로 구분된다. IFR(국제로봇연맹)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284억달러로 연평균 11.2% 성장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규모는 5조6000억원으로 산업용 로봇이 전체의 51.2%를 차지한다.
포스코그룹이 집중하는 영역도 산업용 로봇이다. 포스코DX를 비롯해 포스코홀딩스·포스코·포스코이앤씨·포스코퓨처엠·RIST·포스텍 등이 참여하는 '포스코그룹 로봇협의회'를 지난해 발족, 그룹 차원의 협력을 하고 있다. 그룹 사업장에 로봇을 우선 적용할 현장을 발굴, 최적의 기술·솔루션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 R&D(연구개발)와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이 가운데 포스코DX는 로봇 기술과 솔루션 개발, 설계·구축·운영 등 로봇 자동화 전반을 담당한다. 제조사가 만든 로봇 제품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동작 설계 등 메커니즘, 센서·회로 등 전장, 시스템 인터페이스 등 SW(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합 구현한다. 로봇 HW(하드웨어)가 상향평준화되는 가운데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SW 영역에 초점을 맞춘다. 크게 제조로봇 자동화와 물류로봇 자동화로 나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준 포스코DX 로봇사업추진반장(상무)은 "로봇엔지니어링과 SW기술을 중심으로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설계·구축·운영하는 것"이라며 "AI 강화학습으로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이고, 디지털 트윈에서 시뮬레이션을 해서 안전성을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현장 곳곳에 로봇 적용= 포스코DX는 포스코와 협력해 제철소 현장에서 검증한 솔루션을 다른 산업현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올 들어 제철소, 건설현장, 2차전지 소재 등에 로봇 도입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DX와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아연 도금공정에 로봇을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2021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진행, 8개 공장에 확대 적용했다. 철판 표면에 아연을 입히는 도금공정은 아연이 녹아있는 고온의 포트 속에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고온에서 사람이 수행하던 고위험 작업을 영상분석 AI가 적용된 로봇이 대신 하도록 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수작업 비율을 80% 이상 줄였다. 제철소 내 고위험 수작업인 연주공정의 래들 노즐 교체작업에도 로봇 적용을 추진한다.
포스코이앤씨는 국내 건설사 최초로 수중 드론을 도입해 해상 공사의 안전과 품질관리에 활용한다. 또 4족 보행 로봇에 유해가스센서, 열화상카메라 등을 장착해 위험지역에 대한 안전점검을 원격으로 실시하고, 터널 록볼트 시공 자동화 로봇, 강교량 및 LNG 탱크 용접 로봇 도입도 추진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이차전지 소재공장의 생산자동화를 위한 산업용 로봇과 물류자동화를 위한 AGV(무인운송로봇)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윤 상무는 "수리나 정비 때문에 현장 도면이 안 맞는 경우도 있어 3D 스캔으로 역설계해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한 뒤 구현한다. 현재 포항과 광양 제철소에 각각 100대 이상 로봇을 적용했고 이후 계속 확장할 계획"이라며 "이처럼 포스코그룹과 포스코DX는 고강도·고위험 현장에 대한 고유의 노하우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톱티어 로봇 자동화 기업으로 발돋움= 포스코DX의 로봇 자동화 역량이 차별화되는 부분은 철강·중공업·화학 등 연속산업에 특화됐다는 점이다.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조립산업에 대한 로봇 자동화와 달리, 이 회사를 제외하곤 국내에 이렇다 할 전문기업을 꼽기 어렵다.
윤 상무는 "국책과제로 뿌리산업 자동화도 추진되는데, 많은 곳이 연속산업에 해당하고 대개 인력도 많이 요구된다. 이를 대상으로 한 로봇 자동화는 수요 대비 공급업체가 적은 실정"이라며 "노동력 확보가 산업 곳곳의 과제가 되면서 고객들도 과거와 달리 로봇에 대한 ROI(투자수익률)를 크게 따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포스코DX는 MES(생산관리시스템)부터 로봇 자동화를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핵심기술 내재화 및 주력 사업군 레퍼런스 확보를 추진,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철강분야 표준모델도 구축하며 협업과 투자를 확대한다. 대외사업 확장을 통해 2025년 '톱티어 로봇 자동화 기업'을 정조준한다.
윤 상무는 "연속제조공정 특성상 잠시 끊는 게 어렵다 보니 디지털트윈으로 최대한 시뮬레이션 검증을 거친다. ACS(AVG·AMR관제시스템) 등 특화된 AI 역량으로 이기종 다수 최적관제가 가능한 것도 강점"이라며 "생산성 향상과 안전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에 집중, 로봇자동화 분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포스코DX와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아연도금 공정에 산업용 로봇을 적용했다. 사진은 현장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이 이물질(드로스)를 제거하고 있는 장면. 포스코DX 제공
정덕균 포스코DX 대표가 15일 포스코그룹 로봇 컨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팽동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