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활동가들, 스웨덴 박물관서 작품 보호 유리막 위에 붉은색 페인트
고흐의 '해바라기'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다빈치 '최우의 만찬' 등도 수난
"에술을 이용해 세상에 경종" vs "이기적 자아 충족의 소아병"
환경단체들의 이른바 '명화 테러'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프랑스 출신의 인상주의 거장 클로드 모네(1840∼1926년)의 작품 '화가의 지베르니 정원'이 '페인트 테러'를 당한 것이다.
AFP 통신은 스웨덴에서 기후활동가 2명의 에 '페인트 테러'를 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국립박물관에 전시된 모네의 작품 '화가의 지베르니 정원' 보호 유리막 위에 붉은색 페인트를 묻히고 풀칠한 손을 부착한 25세, 30세 여성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박물관 측은 현재 작품이 훼손된 곳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현지 기후단체인 '오테르스텔 보트마르케르'는 이번 행위가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해당 여성 두 명이 작품을 페인트로 문지르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간호사 및 간호학교 재학생이라고 밝힌 영상 속 두 여성은 "기후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우리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소리쳤다.
단체 측도 AFP에 스웨덴 정부가 국제사회의 기후 대응 약속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면서 "탄소 배출을 31% 줄여야 하지만 스웨덴은 여전히 탄소배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환경단체들의 시위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유럽 각지에서 명화를 훼손하거나 출근길 도로 점거 시위를 하는 등 점차 극단적인 양상을 띠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모네뿐만이 아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명화 '해바라기'(1888)는 두 여성이 지난해 10월 14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안으로 들어와 벽에 걸려있던 그림에 토마토수프를 끼얹었다. 이들은 영국의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소속 활동가였다. 순식간에 '테러'를 자행한 뒤 접착제 바른 손바닥을 그림 밑에 갖다 붙였다. "그림이 더 걱정인가, 지구와 사람들을 환경오염에서 구하는 게 더 걱정인가"라고 외친 이들은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호주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 걸려있던 피카소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1951),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박물관에 전시된 고야의 '옷을 입은 마하'와 '옷을 벗은 마하',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복제본과 존 컨스터블의 그림 '건초 마차'(1821) 등도 수난을 겪은 바 있다.
'저스트 스톱 오일' 등은 "예술을 이용해 세상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환경이 파괴되면 예술도 파괴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특정 단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예술품을 테러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훨씬 거세다. 이기적인 자아 충족 외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으며 인류의 문화자산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