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균 국장대우 겸 금융부동산부장
![[김화균 칼럼] 원희룡 장관님, 나도 집사고 싶습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306/2023061902102263040001[1].jpg "[김화균 칼럼] 원희룡 장관님, 나도 집사고 싶습니다")
원 장관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반건설의 벌떼 입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호반에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다. '정말 화가 납니다'로 시작한 글에서 원 장관은 '호반건설 두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들은 분양이익만 1조3000억원 이상을 벌었다. 불공정도 이런 불공정이 없다'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응원 댓글이 이어졌다. 원 장관은 거의 매일 여러 이슈에 대한 의견을 페북에 올린다. 전세사기부터 불법 하도급, 택배차 강매사기, 건설노조 불법행위, 그리고 극심한 출근 혼잡을 빚고 있는 김포골드라인 탑승기까지…. 개인적으로는 김이 빠진 '이재명 사이다', 중독성이 줄어든 '홍카콜라'(홍준표 대구시장)를 넘어섰다고 본다.
원 장관의 올해 최대 히트 상품은 '장갑론'이다. 그는 '1·3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 발표 하루 기자들과 마주했다. 규제완화 가속에 대해 "떨어지는 칼날(집값 급락)을 맨손으로 잡지 않으니 장갑을 주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완화의 목표가 연착륙임을 간명하게 설명한 것이다.
이 대책으로 강남3구와 용산을 빼고 투기지구에서 모두 풀렸다.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 등도 완화키로 했다. 일부 대책은 아직 국회 계류 중이나 약발은 받았다. 타이밍도 좋았다. 이에 골칫거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은 예상을 깨고 완판됐다. 약발도 강해 지금은 분양가보다 3억~4억원 프리미엄 붙은 입주권이 거래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요지의 아파트 시장도 상승세를 탔다. 집값은 바닥론에 이어 하반기 상승론까지 나온다.
정책은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집값 거품 빼기'를 기대한 청년층에게 원희룡은 원희룡은 배신의 아이콘으로 다가왔다.
한국은행은 심드렁하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빠르고 과감하게 올렸지만 정부의 집값 방어에 약발이 제대로 듣지 않았다. 한은은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5월25일 개최)을 통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요체는 물가를 잡기위해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연착륙 정책 시행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했다는 것. 정책 엇박자가 빚어진 것이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증가폭도 2021년 10월(5조2000억원) 이후 1년 7개월만에 가장 크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07조9000억원)도 4조3000억원 늘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신규대출 증가로 이어졌다.
'정말 화가 납니다.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습니다.' 한은이 페북에 글을 올린다면 이 정도 내용이지 않을까.
현재 관심은 정부의 연착륙 대책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하는 것이다. 과연 장갑을 벗게할 것인가. 혹시 장갑 대신 더 강한 방패를 주는 것은 아닐까. 칼을 제거해버리는 것 아닐까. 이런 우려들이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경제정책의 무게 중심을 '물가안정'에서 '경기대응'으로 이동할 생각이다. 경기 대응에 한층 무게를 싣겠다는 얘기다. 부동산 정책도 이를 따라 갈수밖에 없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염두한 정치적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기본적 질문 하나. 과연 집값은 충분히 하락한 것일까. 일부 아파트 매매가는 한때 최고가 대비 40%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슬금슬금 30%대, 20%대로 하락폭을 줄이더니 이제는 한자릿수로 줄었다. 서울 핵심 지역은 사실상 코로나 이전 집값을 회복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아직은 서울과 수도권 쏠림현상 때문이다.
원희룡 장관은 작년만해도 집값 안정론자였다. 그는 지난 해 8월16일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 대책인 '국민주거 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당시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을 폭등시키고, 국민의 주거 상향의 꿈을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주택 정책의 목표는 '국민의 주거안정'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해 10월18일에는 국토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PIR 18을 남겨줘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PIR은 소득대비 집값 비율이다. 논란이 일자 "특정 가격을 목표로 제시한 적은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집값의 적정 안정화는 불가피하다"고 되풀이했다.
최근 집값이 반등하면서 젊은층 사이에서는 불만과 하소연이 터져나온다. 원 장관은 '변심의 아이콘'이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완화 대책에 (또다른 성장을 위한) 건설업체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최대 걸림돌은 저출산이다. '높은 집값'이 저출산 원인 중 압도적 1위다. 단기적으로는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 그 색깔도 짙어지고 있다. 정부의 입장도 설득력있다. 집값 안정과 경기침체 대응은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는 두토끼 몰이다. 냉철한 머리로 방향을 예측하고 뜨거운 가슴으로 이해를 구하는 '큰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다. 국장대우 겸 금융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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