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시민참여단 숙의형 공론조사 결과를 도출한 지 한달 만에 '국회의원 증원 편향' 시비에 휘말렸다.
여야는 20일 국회에서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열고 시민참여단 대상 선거제도 개선 '숙의형 공론조사' 설문 결과를 보고받았다.
정개특위는 지난달 17일 "비례대표 의원 수 확대 의견은 숙의 전 27%(휴대전화 웹조사·534명)에서 숙의 후 70%(최종 참여 469명)로 43%포인트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비례 확대를 위한 의원 증원에 동의하는 비율이 숙의 전후 높아지고(25→46%), 반대 비율은 낮아졌다(72→52%)는 분석을 내놨다.
아울러 의원 숫자를 줄이자는 의견이 숙의 전 65%에서 숙의 후 37%로 줄고, 현행 300명 유지 의견(18%→29%)과 확대하자는 의견(13%→33%)은 증가했다고 했다.
정개특위에 따르면 시민참여단은 지난달 1~2일 '숙의 전 조사'에 임했으며, 숙의 과정을 거친 뒤 13일 '숙의 후 조사'를 했다. 사전 제공된 자료집·영상 등을 통해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학습한 뒤, 지난달 6일과 13일에 걸쳐 패널토의 4회, 전문가 질의응답 6회, 분임토의 5회로 구성된 숙의를 거쳤다.
이 가운데 여당에선 숙의 과정 참여 전문가 12명 중 11명이 더불어민주당 추천 인사(5명)이거나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촉구해온 인사(다른 6명)라며 왜곡 우려를 제기했다.
야권에선 비례 확대를 위한 의원정수 확대 법안도 나왔지만, 국민의힘에선 의원정수 10% 감축을 사실상 당론화한 터다.
공론조사 결과는 중대선거구제보다 소선거구제, 권역별보다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 등 현행 제도 선호가 '숙의 후 과반'으로 나타나 야당 입장과 결이 다른 면은 있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날 결과 보고에서 "현행 제도 존중이 상당히 크다"는 평가를 내놨다.
박 교수는 "공론조사를 일방적으로 리드하진 않았다"면서도 비례대표 비중 확대 찬성이 많다고 밝혔다. 또 "의원 수를 줄이자는 의견을 제시할 정치학자가 따로 있지는 않아서 일단 의원정수를 늘리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해 여야 공방으로 번졌다.
국민의힘의 조해진 의원이 "500명 공론조사 결과와 다르게 5000만 국민의 공론화·숙의 과정은 어떻게 이행할 수 있는지도 봐야한다"고 했고, 김상훈·박정하 의원도 "토론 발제 과정에서 주로 정치학자들이 주도해 의견이 경도된 여론조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했다.민주당 소속 남인순 정개특위 위원장은 회의 말미에 "워킹그룹에 계신 분들 모두 전문가 패널로 참여하라고 권유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치우침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진화에 나섰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조사 결과 보고'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