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의 `樂樂한 콘텐츠`] 원작훼손 비난에도 `실사화` 베팅하는 이유

입력: 2023-06-20 18:10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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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만화 '원피스' 실사화 작품 8월 공개
넷플릭스, 앞선 실패에도 드라마화 강행
디즈니도 '인어공주''모아나' 등 적극 제작
원작 인지도가 흥행 보증… 위험부담 줄어
'IP재활용' 실사화, 혁신동력 무너뜨릴 수도

[김나인의 `樂樂한 콘텐츠`] 원작훼손 비난에도 `실사화` 베팅하는 이유

원피스 스틸. 넷플릭스 제공

"난 해적왕이 될 거야."

인어공주부터 원피스, 모아나까지 애니메이션 실사화 바람이 거세다. 선두에 나선 것은 단연 '디즈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최근 넷플릭스가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실사화 드라마 티저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자 "꼭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해야 했느냐", "그래도 영상으로 보니 기대된다" 등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실사화 드라마 티저. 유튜브 영상 갈무리

◇기네스북 오른 '원피스' 실사화에 우려 반 기대 반

원피스는 일본의 오다 에이이치로가 그린 인기 만화를 실사로 옮긴 작품으로, 오는 8월 31일 공개될 예정이다. 1997년 7월 일본 만화잡지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를 시작한 원피스는 밀짚모자를 쓴 주인공 루피가 해적왕을 목표로 바다를 모험하는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단행본 누적 발행 부수는 지난해 5억1000만부를 넘어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높은 인기만큼 실사화에 대한 팬들의 우려와 기대도 크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주인공인 루피를 포함해 동료인 검사 롤로노아 조로, 항해사 나미, 저격수 우솝, 요리사 상디 등 주요 인물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고잉 메리호와 악마의 열매 중 하나인 '고무고무 열매'를 먹고 온몸이 고무처럼 늘어나는 '고무 인간' 루피가 필살기를 외치며 팔이 늘어나는 모습도 공개됐다. 일본 만화가 원작이니 일각에서는 대부분 일본 배우들이 배역을 맡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지만, 주인공 역할도 멕시코 출신일 정도로 다인종 구성이 눈에 띈다. 작품에 몰입감을 불어넣는 CG(컴퓨터 영상처리) 등이 어떻게 구현될지도 관심이다.

'카우보이비밥'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에 가장 적극적

앞서 넷플릭스는 1998년 TV도쿄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을 실사 드라마로 제작했지만, 팬들에게 혹평을 받아 시즌2 제작이 취소되는 뼈아픈 실패를 겪었다. 넷플릭스도 애니메이션 실사화의 위험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20년 한국을 방문한 미국 제작사 투모로우 스튜디오의 마티 아델스타인 대표는 "아시아 원작 팬들은 열광적이어서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만큼 각색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어공주'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인어공주'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애니메이션 실사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디즈니는 최근 1989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실사판에 이어 2017년 나온 애니메이션의 실사 영화 '모아나'의 개봉일을 2025년 6월로 확정했다. 인어공주는 개봉 첫 주말 오프닝 스코어로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 흥행수집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인어공주는 전 세계적으로 4억6824만 달러(약 6017억원)를 벌어들였다. 내년에는 디즈니의 실사 영화 '백설공주'가 개봉된다.

디즈니는 1990년대부터 '101마리 달마시안'이나 '정글북' 등 유명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만들었다. 2010년 개봉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부터 실사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하면서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이 10억 달러(약 1조28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 '거울나라의 앨리스', '피노키오' 등은 실사화 과정에서 제작비가 막대하게 들었지만 원작을 재현하는 수준에 그치며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혹평 위험 감수해야

이같이 원작 애니메이션이 널리 알려진 만큼 기대감과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실사화는 때로 혹평을 받기도 하고 처참하게 흥행에 실패할 때도 있다. 다만 위험을 감수하고 디즈니를 필두로 애니메이션의 실사화가 이뤄지는 이유 중 하나는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하는 효율적인 전략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왕국'으로 불리는 디즈니는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꼽히는 만큼 쌓아온 IP가 많다. 이미 알려진 유명 작품의 경우 이미 인지도를 쌓아 흥행 보장이 갖춰져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원피스'와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 또한 1980~1990년대에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만큼 IP의 다각적 활용 측면에서 실사화 도전을 바라볼 수 있다.

◇리스크 줄이는 IP 재활용, 혁신에는 "글쎄"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 '디즈니플러스'의 구독자 수가 줄어 어려움을 겪자 비용 절감을 위해 제작이 예정됐던 영화, TV 시리즈의 제작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에 이미 예고된 실사 영화 외에 제작비가 막대하게 드는 새 실사화 도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더 큰 문제는 흥행이 보장된 기존 IP 재생산에만 몰두하다 보면 콘텐츠의 창의성과 혁신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극장을 찾는 관객은 급격히 줄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영화 소비 행태가 바뀌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은 이미 입소문을 타거나 상을 많이 받아 '볼만한 영화'라고 알려진 작품을 관람하는 등 새 도전을 하기보다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도 늘었다. 이에 맞춰 오리지널리티가 줄고 독창적 작품이 나오기 힘든 구조가 콘텐츠 업계 전반의 혁신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 이민자 세계와 다양성을 그린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주춤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과거 방송에서도 채널이 늘어났을 때 실질적인 다양성이 늘어나는지 연구가 진행됐는데 오히려 비슷한 콘텐츠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위험요인을 떠안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OTT로 인한 경쟁 환경이 오히려 콘텐츠 업계 전반의 혁신동력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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