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경 ETRI 기업성장지원전략실 책임연구원
![[포럼] 연구인력 현장 지원제는 기업 도약대](http://contents.dt.co.kr/images/202306/2023062202102369807001[1].jpg "[포럼] 연구인력 현장 지원제는 기업 도약대")
연구인력 현장지원 제도는 산업 발전과 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고경력 연구원을 최대 3년간 중소·중견기업에 파견하고 지원하는 제도다. 기업에서 파견자 인건비의 일부를 부담하되 연구원은 파견 기업에서 연구·개발(R&D) 기획, 기술 개발, 기술사업화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를 통해 구인난과 자금 부족으로 고경력의 연구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기업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의 발전에도 도움이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그동안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필자는 ETRI에 입사했을 때는 전자공학 전공을 살려 연구 경력을 쌓았고, 직접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한 바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기술이전이 기업의 기술사업화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5년 전부터는 기술사업화 업무를 맡아 기업들의 기술 수요와 연구소의 기술을 매칭하고, 기술이전이 되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아 유공자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기술이전 한 기술이 시장에서까지 인정받아 매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동안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기술사업화 성공을 위해서는 기업은 의지가 있어야 하고, 기술 흡수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또한 연구원과 기업 간 상호 신뢰와 지속적인 협력 자세 역시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준비된 좋은 기업과 좋은 연구부서를 판별하고, 연결시키는 것도 너무나 중요하다.
현재 파견근무 중인 중소기업은 설립한 지 8년 된 자율주행로봇 기업이다. 몇 년 전 ETRI 내에서 유망 기업을 선정하고 투자와 기술 지원을 함께 하는 유니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이 기업을 타깃 기업으로 선정하고 협력 방안을 고민한 바 있었다. 당시에도 이 기업은 기술 흡수능력이 뛰어난 기업이지만, 외부 기술 도입에 대해 배타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에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될까 회의적이었다.
지난해 이 기업과 다시 만났을 때도 이대로라면 기술적인 협력점을 찾기가 어려워 보였다. 결국, 직접 기업 안으로 들어가 협력 포인트를 찾아보자고 결심했다. 마침 리스크 없이 도전해 볼 수 있는 연구인력 현장지원 제도가 있어 결심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파견 직후, 마음이 닫혀있는 기업 내 개발자들과의 미팅을 수차례 진행하며 ETRI와의 협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설득했다. 부서별 기술 수요를 파악한 후 도입이 필요한 기술의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이어 관련 기술을 보유한 ETRI 연구부서와의 미팅을 추진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긴 협의를 거쳐 지난달 기술이전 1건이 계약 완료에 이르렀고, 공동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놀라운 것은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ETRI로부터 기업으로 흘러 들어간 것도 많지만, 기업으로부터 ETRI로 흘러 들어간 것 역시 적지 않다는 점이다. ETRI 연구자들에게 꼭 필요했던 기업의 필드에서 풍부한 로봇 실증 경험과 시장에 대한 견해가 자연스레 전달되고, 대형 정부과제 기획이나 자문 회의 등에 함께 참여하게 되면서 상호 신뢰와 지속적인 협력을 위한 기반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 기반이 탄탄히 자리잡힐 수 있도록 기업 안에서 계속 지원하고, 기술사업화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현재와 미래는 어떻게든 이어진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지금의 경험이 앞으로의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 놓을지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다른 연구원들도 좋은 제도를 활용해 기업 파견에 꼭 도전해 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연구원들은 추후 연구개발 주제로 연결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창업 희망자들은 추후 경영상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어떤 직무를 수행하는 연구원이든 향후 5~10년간 자기 발전에 필요한 자양분을 마련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연구인력 현장지원 제도를 활용해 보시길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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