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25일 국내 산업 전반의 독과점 현황 등 시장 구조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시장구조 조사는 한국개발연구원(KDI)가 통계청의 2020년 경제 총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수행했다.
광업·제조업 분야의 독과점 수준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3개사 시장점유율 합계(CR3) 단순 평균은 2020년 41.9%로, 2017년(41.8%)부터 41%대를 유지했다. 공정거래법상 CR3가 75보다 크면 이들 기업은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추정한다. 혹은 1개 사업자(CR1)가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경우에도 독과점 시장으로 본다.
특히 반도체(CR3 99.3%)와 자동차(92.8%), 휴대폰 제조업(90.8%) 등 51개 업종은 5년 연속 독과점 구조가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산업은 시장집중도와 평균출하액, 내수 집중도가 타 산업에 비해 높은 반면, 연구개발(R&D) 비율은 낮았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대규모 산업 특성상 대외로부터의 경쟁 압력이 낮아 이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는 반도체 분야에서는 장기 공급계약 강제 등의 불공정행위를 중점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완성차업체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자동차 부품시장에서도 경쟁 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독과점 정도가 완화되면서 경쟁이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업에서 상위 3개사 시장 점유율 합계 평균(CR3)은 2010년 26.5%에서 2020년 21.8%로 하락했다. CR3가 20% 미만은 산업 비중이 63.9%로 광업·제조업(20.8%)보다 시장 경쟁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서비스업 매출액 중 1~4위 규모를 차지하는 은행·보험업 등 금융 분야의 시장집중도는 높아지는 추세로 나타났다. 금융 분야 산업의 CR3는 외국은행(35.6%→51.1%), 생명보험업(49.5%), 증권 중개업(29.5%→33.5%), 국내은행(42.0%→42.8%) 등 5년 전보다 높아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 금융업에서 아직 독과점 구조가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 집중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공정위는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수수료 담합 혐의를 조사한 데 이어, 증권사들의 담합 혐의에 대해서도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공정위는 추후 은행·카드사의 약관을 점검하여 불공정 조항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에 시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아울러 무선·위성통신업도 SKT·KT·LGU+ 3개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 합계가 90.9%에 달하는 등 쏠림 현상이 심한 독과점 산업으로 지목됐다. 공정위는 휴대폰 유통시장의 경쟁촉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분석을 실시하고, 관련부처와 함께 알뜰폰 사업자의 사업기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독과점산업의 경쟁 활성화를 위해 규제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사업자들의 경쟁제한 및 소비자권익 침해행위에도 엄정히 대응할 예정"이라면서 "이번 시장구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독과점산업의 경쟁촉진 방안 마련과 불공정행위 시정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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